트럼프 관세는 왜 韓日을 먼저 겨눴나…남은 3주, 李외교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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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란 서한을 발송하면서, 남은 3주동안 이재명 정부의 대미 외교전에 불이 붙을 전망입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서한을 발송한 것은 일종의 충격요법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주요 무역 상대국인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서한을 맨 먼저 공개하며 일종의 충격파를 유도해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서도 이용하겠다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혼란을 키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란 분석도 나오는데요

대통령실은 일단 남은 3주동안 분주히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에도 이재명 대통령을 적시해 서한을 보낸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것을 고려하면 남은 3주 내 한미정상회담의 일정을 구체화하는 것이 주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단 분석입니다.

이번 관세협상과 이를 논의할 한미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퍼주기식 합의가 되면 임기 초반 국정 동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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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란 서한을 발송하면서, 남은 3주동안 이재명 정부의 대미 외교전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여 이재명 정부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동맹국 저격한 트럼프…"3주의 시간 벌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관세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던 상황임에도 어김없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서한은 발송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본인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일 정상을 수신자로 한 관세 서한을 연이어 공개했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12시18분 1분 간격으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이 올라갔다.

핵심 내용은 동일하다. 이 대통령에 보낸 편지에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큰 폭의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8월 1일부터 두 나라가 미국으로 수출한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썼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7월 9일로 예정됐던 관세협상 기한이 8월 1일로 3주 정도 늘어난데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공백 상태였던 우리나라는 실무 협상을 이어갈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함께 서한을 받은 일본이 최근 7차례의 고위급 협상을 마쳤음에도 큰 진전을 만들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산업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서한을 공개한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짧은 시간 동안 국익 최우선 원칙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이슈에 대해 합의 도출까지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서한을 공개한 지 약 2시간이 지난 후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라오스 등에 보내는 서한을 연이어 공개했다.

트럼프는 왜 한국을 저격했을까…'벼랑끝 전술'로 유리한 위치 선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서한은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내놓은 안에 대한 불만족의 표현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난 8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시한을 앞두고 위성락 실장과 여한구 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상호관세 협상 유예를 위한 '딜'을 내놨지만, 미국은 사실상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두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 중인데도 '이재명 대통령'을 적시한 서한을 보냈다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일각에선 주요 무역 상대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일종의 '충격 요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무역 상대국인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서한을 맨 먼저 공개하면서 일종의 충격파를 유도해,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도 이용하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의 교역량에서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임에도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이런 관세가 한국의 오랜 관세, 비관세, 정책, 무역 장벽으로 인해 발생한 지속 불가능한 무역 적자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면서 이날 서한 발송 배경을 설명했다.

동맹국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혼란을 키워 결과를 얻어내는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관세 유예기간은 여유있게 내놓고, 이 조치에 대한 통보 등은 공격적으로 제시하면서 우리나라에 미국이 원하는 안에 가까운 것을 내놓기를 주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부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시험대…한미정상회담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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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발송된 직후 통상 관계부처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급박하게 움직였다.

대통령실은 일단 시간을 번 셈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회의에서 "당장 관세율이 인상되는 상황은 피했고, 7월 말까지 대응 시간을 확보했다"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상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다행히 현재 시장 반응은 차분하지만 수출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자동차·철강 등 관련 업종에 대한 지원 대책도 차질 없이 이행하는 동시에 시장 다변화 등 수출 대책도 보강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국익 관철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또 방미 중인 위성락 실장이 귀국한 뒤 정책실-안보실 공동회의를 통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협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부터 '바텀업(상향식)' 방식보다는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외교를 선호해 왔다. 이번 협상도 실무 협상 후 각국 정상이 만나 서명하는 방식 대신, 정상 차원에서 큰 틀의 협상을 주도해 나가는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따라서 3주의 시간 동안 관세 난제를 풀기 위해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을 열기 위한 논의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첫 한미정상회담의 시기를 보다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있을 것"이라면서 "정상 차원과 실무 차원의 협상이 동시에 돌아가며 3주의 시간동안 한미 간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봤다.

우리나라가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외교를 펼치는 만큼 이 대통령의 관세 협상과 이를 논의할 첫 한미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의 첫 외교 시험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협상에 실패해 '퍼주기'식 합의가 되면 임기 초반 국정 동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3주라는 시간동안 협상의 목표가 무엇인지 세부적인 사항을 명확하게 해야 하고 이에 근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 결과가 이재명 정부에 대한 평가, 즉 시험대가 될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는, 어느 정도 국익을 지켜냈다는 평가가 나와야 국익중심의 실용주의 외교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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