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예타 당시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두 도로의 최단 거리인 양서면안을 최적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서울~양평고속도로는 잘 추진되던 고속도로 노선이 갑자기 변경되는 바람에 도로신설의 수혜자인 양평군민은 물론이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사안이다.
윤석열정권 초기인 2023년 2월~같은 해 5월까지 양평군과 국토부를 중심으로 모종의 물밑 움직임이 있은 뒤인 5월3일 주무부처인 국토부 문건에 '강상면'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5월 3일자 국토부 문건인 '양평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 결정내용'에 양평고속도로를 서울 오금동에서 양평군 강상면까지 건설하는 내용이 '대안1'로 표기된 것이다.
양평군 쪽 고속도로 종점이 당초안인 양서면 대신 강상면으로 표기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야당 의원들이 문제를 삼고 나왔고 CBS를 비롯한 주요 언론을 통해 세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 국민을 놀라게 한 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씨 일가가 대안1로 떠오른 강상면에 축구장 5개 크기의 땅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건희씨 일가가 신설될 고속도로 부근에 28필지(2만2663㎡)의 토지를 소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를 주기 위해 노선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나는 건 너무 당연했다.
그해 5월부터 7월까지 의혹은 커지기만 했고 위기를 느낀 국토부는 돌연 '양평고속도로 건설계획의 백지화'를 발표한다. 원희룡 장관은 "도로국에서 노선변경을 진행한 건데 문제가 돼서 원점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고 며칠 뒤에는 아예 사업의 백지화를 선언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 노선의 종점인 양평군 양서면 일대 모습과 김건희씨. 연합뉴스·황진환 기자국민적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고 야당과 경기도에서는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그 뿐, 윤석열정권에서는 진상을 조사할 생각도 진상을 밝힐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은 그대로 묻히는 듯 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이른바 김건희 특검이 이 사안을 낱낱이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김건희 일가는 물론이고 국토부와 양평군청 관계자, 강상면안을 놓고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업체 등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고 핵심 등장인물들이 출국금지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예산이 1.7조원이나 투입되고 서울과 수도권 동남부지역 국민들의 교통편의와 관련된 국책사업을 떡 주무르듯 바꾸고 대통령 처가의 특혜의혹이 나오자 서둘러 사업을 백지화시켜 버리는 행태를 국민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내란이나 쿠데타 같은 정변에 못지 않은 국기문란 행위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해 설명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TV 캡처특검이 반드시 규명해야할 의혹은 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이 왜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뀌게 됐는 지이다. 이 의혹의 핵심에 사업의 추진 주체인 국토부가 있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지난 2022년 7월 양평군청으로부터 강상면 종점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한 차례 듣고도 이듬해 2월 강상면안에 대한 견해를 재차 질의했다. 그리고는 이 안을 대안으로 선택하게 된다. 양평군은 고속도로 노선을 바꾸려던 국토부 입맛에 맞게 '양평군 내에 IC만 설치해주면 강상면안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회신을 국토부에 보내며 노선변경에 힘을 보탰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애초 양서면안에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21년 KDI의 예비타당성조사만 봐도 국토부가 왜 갑자기 노선을 바꾸려고 했을까 라는 의문이 일게 된다. 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 초기인 2021년 국토부는 양서면안을 최적안으로 KDI측에 타당성조사를 의뢰했었다.
KDI는 그 의뢰를 받아 조사를 한 뒤 "본 사업은 수도권 제 1순환선 및 서울 춘천고속도로의 교통정체를 해소하는 목적이 있다"고 예타 결과에 명시했다. 국토부가 당초안인 양서면안을 버리고 강상면안으로 바꾸려 했던 그 시점인 2022년 연말에서 2023년초에 도대체 무슨 상황 변화가 있었기에 국토부는 당초안을 헌신짝 처럼 버렸을까 그 배후의 의문이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
국토부가 급작스럽게 입장을 바꿀 때도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여전히 체증이 극심했고 양평고속도로를 만들어 달라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은 계속됐는데 이런 현실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토부가 당초안을 버리고 새로운 안을 결정할 때 바뀐 조건이라고는 대통령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고 김건희 일가가 고속도로 예정지 주변에 무더기로 토지를 사들이고 있었다는 사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