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6.2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가 모두 6억 원으로 묶인 가운데 당장 이주가 다가온 서울 재건축 지역 조합원들과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6.27 대책이 재개발 지역 이주비 대출까지 6억으로 제한했기 때문인데, 이주비 대출의 과도한 제한은 재정비 사업 자체 위축과 서울 주택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개발 사업의 이주 자금은 기본이주비 대출과 추가이주비 대출로 나뉜다. 기본이주비 대출이란 조합원 각자의 아파트를 담보로(1가구 1주택 기준,LTV 50%) 조합이 선정한 금융기관으로부터 집단으로 담보대출 받는 것이다. 추가이주비 대출은 시공사인 건설사의 지급보증으로 금융기관이 조합에 사업비를 빌려주면 조합이 기본이주비로는 부족한 조합원들에게 부족분을 더 빌려주는 대출이다. 추가이주비 대출은 이율이 기본이주비보다 1~3%포인트 가량 높게 책정된다.
6.27 대책이 기본이주비 대출의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반면 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추가이주비 대출 한도는 제한하지 않았다. 기본이주비 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논리인데, 조합원들과 건설사들의 금융부담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내 집 담보 대출 받아 전세 가겠다는 것도 막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재개발 조합원들의 불만은 높다. 내년 11월 이주를 앞둔 한남2주택재개발 조합원 A씨는 당장 내년 4월부터는 본격적인 이주 준비를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기본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 전세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6억 대출로는 기존 생활터전에서 집을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A씨는 "당초 재개발 시작 때 이주비로 10억 이상 보장을 해줬기 때문에 다들 (재개발에) 뛰어든 것이었다. 이 때는 대출금 이자도 받지 않겠다고 하던 것이 제도가 바뀌면서 이자도 내야 하더니 이제는 아예 대출을 못해준다고 한다"고 하하소연했다.이어 A씨는 "자기 집을 담보로 다른 집을 사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사를 가겠다는 것도 대출을 못해준다는 것은 무슨 논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투기 방지를 위해 대출을 제한하면 집을 사지 않으면 되지만, 재개발 조합원들은 이사를 반드시 가야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한남2지구 조합원들은 현재 이주비 대출제한을 없애달라는 탄원서 서명운동을 진행 중에 있다.
이사비가 제한되면 건설사들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개발 사업을 시작하려면 주민들을 이주시켜야 하는 건설사들 대부분 추가이주비 대출 증액 카드로 주민들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추가이주비는 건설사들의 지급보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다. 6.27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건설사들끼리 '대출 출혈경쟁'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개포우성7차 조합에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각각 LTV 150%와 100%의 추가 이주비 대출을 제안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서울 집값 잡으려면 공급대책 필요한데…재개발 위축 부작용 우려
황진환 기자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금으로 주택 구매를 금지하는 기본이주비를 제한하고 주택 구매 등 제한이 없는 추가이주비를 제한하지 않는 당국의 모순을 지적한다. 기본이주비의 경우 대출 약관에 대출금으로 주택을 구매할 경우 원금 회수 조항을 삽입하는 등 대출금이 투기에 쓰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급하게 대책을 내놓다 스텝이 꼬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소장은 "기본이주비 대출이었으면 4% 정도로 충분했던 이자가 추가이주비 대출로 가면서 6~7%까지 이율이 오른다. 조합원들의 돈으로 은행들 배만 불리게 되는 구조인데 효과를 떠나 이렇게 해야만 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본이주비 제한이 재개발 사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본이주비를 제한하면서 이율이 높은 추가이주비 비중이 늘어나고, 이는 조합원들의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건설사들의 경우 막대한 이주비 지급보증 추가로 부채증가의 부담을 져야 한다.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건설사의 경우 재개발 사업 자체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급대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고 재개발 사업 촉진은 유효한 공급카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