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8일 여야 대표와의 회동에 나선다.
당초 이번 회동에서는 지난달말 이뤄진 이 대통령의 방일·방미 성과, 각종 개혁법안의 처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 등이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가 변수로 떠올랐다.
그간 협치를 강조했던 이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여야정 국정협의체로까지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조직개편, 특검 등 각종 의제에 '쌍방대화' 필요성
연합뉴스이 대통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회동을 갖는다.
오찬을 겸한 이번 회동은 정해진 의제 없이 자유로운 대화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의 주요 현안이 두루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전날인 7일 정부와 여당이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검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폐지, 기획재정부의 분리 등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지은 만큼 이에 대한 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기능을 이어받는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공소기능을 이어받는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두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눠 예산과 세제 기능을 분리하며,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에 에너지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다수의 국민의힘 인사가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는 특검(특별검사)과 관련한 의견도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반탄'(탄핵반대) 성향이 짙은 기조로 당권을 거머쥔 장 대표이기 때문에,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3대 특검의 범위와 인력 등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규정하며 대화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장 대표로서는 국내 현안의 돌파구를 이 대통령을 통해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담 앞 터진 '美 구금사태'…협치 기반 마련할까
연합뉴스당초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미국 정부의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까지 내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불과 9일 만에 한국인 300여명을 비롯해 475명이 한국 기업이 합작한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기 때문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구금돼 있는 근로자들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 여러분을 모시고 출발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정부와 여야 간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 비서실장은 유사사례의 재발을 막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강조한 반면, 비슷한 시각 장 대표는 국회에서 외교통일·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장·간사 등과 긴급회의를 열고 정부 대응 비판에 나섰다.
장 대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중국이나 북한과의 관계에 의한 것은 아닌지, 우리가 미군 기지에 대해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을 벌인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유감 표시가 이번 사태와 전혀 관련 없는 것인지 이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한다"며 지난 정상회담 당시 불거졌던 의혹을 소환했다.
이어 "왜 대통령이 나서야 할 장면마다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이 문제는 이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해결할 문제"라며 이 대통령을 거듭 겨냥했다.
장 대표는 앞서 한국인 구금사태가 발생하자 이 대통령을 향해 '700조 선물 외교'에 취해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야권의 공세로 인해 이번 회동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소통 정례화 등 협치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에 신임 대표가 선출됐으니 기계적으로 만나자는 것이 아니라, 여러 현안을 두고 야당 대표의 의견도 경청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 아니겠느냐"며 "이번 미국 사태 뿐 아니라 경제 위기 극복 등에도 야당이 힘을 합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큼 건설적인 대화가 오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