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세제 개편안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에 연고점을 새로 쓴 코스피가 3차 상법 개정에 힘입어 박스권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6% 오른 3260.06로 장을 마쳤다. 세제 개편안 발표 하루 전날인 7월 30일 기록한 기존 종가 기준 연고점 3254.47을 한 달여 만에 경신했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8일에도 장 마감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을 시작해 3219.74로 마감했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강화한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8월부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던 코스피에 정책 되돌림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세제 개편안에 포함된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정부가 제시한 최고세율 35%에 대한 시장의 실망이 큰 만큼, 일부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다만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의 주식시장이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반면 코스피는 여전히 3100~3200선에 갇힌 상태다.
시장은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1차 상법 개정안이 코스피 상승 랠리를 이끈 것처럼, 3차 상법 개정안이 코스피의 박스권 탈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한 내용이 중심으로 7월 3일 국회에서 처리됐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도입 기대감에 힘입어 코스피는 대선(6월 3일)을 전후로 연일 연고점을 새로 썼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지난달 25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흥국증권 황성진 리서치센터장은 "1차 개정안이 투자자 중심의 주식시장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주요 내용인 2차 개정안은 대주주에서 소액주주로 실질적 권한 이전을 제도적으로 강제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했다.
자사주는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지만, 지배주주가 자신이나 계열사 등에 처분해 경영권 방어하거나 자금을 조달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됐다. 이는 소액주주의 피해를 불렀다.
연합뉴스따라서 3차 상법 개정안은 새로 매입한 자사주는 물론 이미 보유한 자사주 소각도 의무화할 예정이다. 관건은 소각 의무 기한이다. 시장은 1년 안에 소각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정다솜 연구원은 "자사주를 취득하고 소각하지 않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난 것으로 한국 시장이 선진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논의가 늦어지거나 그 의무 소각 대상의 범위나 기한에 과도한 유연성이 부여될 경우 규제를 우회해 자사주가 처분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김종영 연구원도 "현재 주도주 부재 속에서 코스피 지수 기간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장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상법 개정 시 이는 코스피 상승 동력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3차 상법 개정안은 재계의 반발을 고려한 배임죄 완화와 M&A(인수합병) 때 공개매수 의무화 등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논의가 성숙하지 않아 국회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국투자증권 정 연구원은 "3차 상법 개정 등은 아직 여당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세부 사항과 일정에 많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