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발벗고 돌싱포맨' 방송 영상 캡처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취업 사기·감금 등 범죄가 잇따른 가운데, 과거 동남아 국가에서 납치 위기를 겪었던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일화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박항서는 지난해 3월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 출연해 아내와 함께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온 뒤 베트남 공항에서 겪은 아찔한 일을 털어놨다.

그는 "2018년 쯤 베트남 U-23 아시안컵 준우승한 뒤 아내와 여행 간 일이 없어 캄보디아로 여행 다녀왔다"며 "베트남 공항에 밤 10시쯤 도착했는데 택시가 없었다. 누가 멀리서 아는 체를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흰색 차량에 탑승했는데 음악 소리부터 이상했고, 기사가 자꾸 제 지갑을 봤다"며 "우리집 가는 길을 알고 있는데 기사가 갑자기 산길로 빠지더라.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오피스 간다'고 답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차량은 인적이 드문 공터에 멈췄고, 한 남성이 현지어로 적힌 종이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박항서는 "끌려왔다고 생각해 아내에게 침착하자고 했다"며 "차량 문을 열고 나가니 10여 명 정도가 차를 마시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이 'Mr 박'이라며 날 알아봤다. 대장 같은 사람이 와서 우리를 차에 태워 보냈다. 그때는 황당했다"고 말했다.

최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한국인 등 40여 명을 데리고 온라인 사기 작업장을 운영하다 체포, 기소된 한국인 주범 3명. 연합뉴스
해당 일화는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인을 노린 범죄가 급증하면서 다시 조명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캄보디아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 A씨가 고문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검찰은 중국인 3명을 살인·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인 2명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온라인 구인 광고를 보고 캄보디아로 건너갔다가 160여일 동안 폭행과 감금당한 채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되다 구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단기간 고수익 취업을 미끼로 지인들을 라오스와 캄보디아로 유인해 범죄 조직에 강제로 가입하게 한 뒤 몸캠 피싱 등 사기 행각을 벌인 25명의 조직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4월에는 필리핀에서 한 한국인 관광객이 가방을 뺏으려는 강도에게 저항하다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외교부는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현지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 조정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캄보디아에서 납치나 감금 피해로 신고된 건수는 330건에 달했다. 2022년 11건, 2023년 12건에 이르렀다가, 지난해부터 221건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