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가두는 레고, 노벨상이 선택한 신소재[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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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CBS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매주 수/목/금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전체 영상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MOF(금속-유기 골격체), 기후변화 문제 해결할 대안으로
가루 한 톨 질량·축구장 면적·나노미터 미세구멍으로 탄소 포집
메마른 사막 공기서 '스펀지처럼' 수분만 채취해 물 부족 해결 기대도
노벨위원회가 주목하는 인류 문제, 기후변화
2007년 평화상→2018년 경제학상→2021년 물리학상으로 이어져


◆ 홍종호> 다음 이슈 들어볼까요?

◇ 최서윤> 노벨화학상 화두도 기후변화 대응…탄소 잡는 고체화합물 영예.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완료됐죠. 이제 12월 시상식만 남겨두고 있는데요. 올해는 화학상에서 기후변화 대응 관련 연구 성과가 나와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 홍종호> 네, 소개해 주시죠.

◇ 최서윤> 수상의 주인공은 일본 교토대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 호주 멜버른대 리처드 롭슨 교수, 요르단 출신의 오마르 무와네스 야기 미 UC버클리대 교수입니다. MOF라는 신소재를 개발한 공로를 평가받은 거예요. Metal-Organic Frameworks, 금속-유기 골격체로 번역을 하는데, 이게 이해하기 저는 조금 어려웠어요. 아주 작은, 나노미터, 그러니까 10억분의 1m 크기의 구멍이 뽕뽕 뚫린 벌집 같은 구조물이라고 해요. 이 아주 미세한 구멍으로 기체가 드나들면서 표적 물질을 잡아내는 필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특히 물질 1g, 그러니까 가루 한 톨 정도의 질량인데, 넓게 펼치면 1000㎡ 이상, 축구장만큼 펼쳐진다는 게 중요한 특징이라고 해요. 이렇게 넓게 펼쳐지고, 구멍도 숭숭 나 있기 때문에 물질을 흡착할 수 있는게 아주 중요한 특징입니다. 그래서 어떤 물질을 흡착할 수 있냐면, 공기 중 이산화탄소도 포집할 수 있고요. 메마른 사막의 공기에서 수분만을 채취할 수도 있고요. '분자 스펀지'로도 불리고요. 구멍의 크기와 모양, 성질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어 '분자 레고'라는 별명도 있더라고요.

이 연구는 이미 1995년 기본 토대가 완성된 거라고 해요. 1989년에 연구 제일 먼저 시작한 롭슨 멜버른대 교수가 88세고, 1992년에 MOF에 기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기타가와 도쿄대 교수가 74세고요. 60세로 막내인 야기 버클리대 교수가 1995년에 MOF를 레고처럼 변형 가능한 구조체로 체계화해 실용성을 높였다고 합니다. 이후 전 세계 다수의 화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한 거예요. 계속 응용돼서 수만 개의 다양한 MOF를 개발했고, 이제는 상용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번에 국내에서 노벨화학상 수상자 발표될 때 같이 묶여 나온 기사가 있어요. LG전자 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 공기청정기에 이 MOF를 적용한 고성능 흡착 필터가 장착됐다는 광고가 같이 나왔거든요.


◆ 홍종호> 벌써 이렇게 상업용으로 응용이 되고 있군요.

◇ 최서윤> 이미 우리의 일상에 활용되기 시작했고, 특히 산업적 활용으로 앞으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도 있고, 미래가 기대되는 구조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홍종호> 이 기술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사용될 수 있다, 이런 거죠? 설명해 주세요.

◇ 최서윤> 네, 아까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로 유명한데, 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거든요. 이따가 더 말씀드릴게요.

노벨위원회도 이번 수상자 선정 이유를 설명할 때 기후변화 해결에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어요. "수상자들의 발견 이후 화학자들은 수만 개의 다양한 MOF를 개발했는데, 이 중 일부는 인류가 직면한 과제 중 일부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물에서 과불화합물을 분리하거나 환경 속 미량 의약품을 분해하고, 이산화탄소 포집, 사막 공기에서 물을 획득하는 것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이렇게 선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이번 수상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EU 집행위원회에서 기후·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DG CLIMA(Directorate-General for Climate Action)에서 홈페이지 기후 뉴스 창에 이번 수상자 발표 소식을 전했거든요. 그러면서 "MOF가 전력발전소와 산업현장, 심지어 대기에서 배출되는 탄소포집도 더 수월하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고 소개했어요. 그러면서 "MOF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DG CLIMA가 배출권거래제(EU ETS) 운영하고요, 유럽 그린딜이나 기후·에너지 패키지 같은 정책, 그리고 유엔 파리협정 같은 글로벌 기후협상 참여하는 주무 부서거든요. 이 분야의 최대 현안, 바로 탄소감축이잖아요. 이미 주목해온 기술인 거죠. 실제 EU 집행위가 MOF를 다각도로 활용하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해요, 탄소 포집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깨끗한 물 추출, 오염물질 제거, 수소 저장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 홍종호> 상당히 응용 분야가 넓네요. 참 반가운 소식인 게, 저희 경제학 분야에서도 2018년도에 기후변화 경제학으로 노벨상이 나왔거든요. 점점 화학 분야에서도 기후와 관련해 응용할 수 있는 기술에 상을 주는 걸 보면 확실히 인류에 너무 중요한 문제로 기후변화가 올라섰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겠네요.

◇ 최서윤> 맞습니다.


◆ 홍종호> 국내외 후속연구 성과는 어떻습니까.

◇ 최서윤> 네, 국내에 소개된 관련 기사 몇 가지 찾아봤어요. 국내 연구도 성과를 낸 게 있는데, 대표적인 게 2023년 7월에 '사막에서 물 만드는 기술'로, 이번 수상자 야기 버클리대 교수와 포스텍 환경공학부 송우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대기 중 수분에서 물을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뉴스가 있더라고요.

◆ 홍종호> 그렇군요. 사막에서 물이 필요하니까.

◇ 최서윤> 그렇죠. MOF의 미세구멍이 대기 중 수분을 끌어모으는 흡착제 역할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밤에는 대기 중 수분을 흡수하고, 낮에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흡수한 수분을 액체로 모으는 '수확기'를 만들어내 물을 모으는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MOF랑 태양에너지를 활용한 거잖아요, 하루 최대 물 285g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워터'에 실렸고요,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은 겁니다.

◆ 홍종호> 285g이 절대적으로 많은 양은 아니지만, 뭔가 이게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고 앞으로 대량의 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겠네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포스텍 송우철 교수가 당시에 "다른 에너지원이나 외부 전력 공급원 없이 순수하게 태양에너지로 물을 생산한 세계 최초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전 세계 어디든 지형과 기후조건에 상관없이 수자원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습니다.

◆ 홍종호> 예, 의미가 있어요.

◇ 최서윤> MOF라는 필터와 자연에서 늘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태양에너지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아이디어가 사실 우리는 좀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아프리카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깨끗한 물이 없어 매일 5세 미만 아동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고 해요. 이 문제 빨리 해결하려고 지금까지 추진해온 대표 기술이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해수 담수화' 기술인데요. 해수 담수화 원리가 바닷물을 가열해 수증기를 생성하고, 응축해서 담수를 얻어내는 거예요. 그런데 이 증발 과정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고요, 그래서 태양열이나 파력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 개발이 추진됐어요. 그런데 이 열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충당한다고 해도 또 남는 과제가 있어요. 담수를 걸러내고 나면 해수염이 생기잖아요. 이걸 다시 바다로 방출시키면 환경오염 우려가 또 있습니다. 그래서 바닷물이 아니라 공기 중의 수분을 MOF 필터로 잡아낸 뒤 태양에너지로 이걸 액체로 모아내는 기술이 더 진전된다면 이거야말로 '지속가능한 물 부족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정리를 좀 해볼 수 있습니다.

◆ 홍종호> 이게 탄소포집 기술 자체에 대한 논쟁은 많이 있어요. 과연 얼마만큼 많은 탄소포집이 될 거냐,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들 텐데 사업성은 있는 거냐. 그래도 이 연구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탈탄소의 기제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런 진전을 보여주는 건데요. 공기 중 수분을 잡아내 청정에너지만 활용해 물을 생산한다, 이게 상당히 새롭고 굉장히 확 다가오네요.

◇ 최서윤> 네, 그리고 이 외에도 가스 저장도 손쉽게 할 수 있대요. 그래서 '수소 사용을 대중화할 수 있다' 이런 얘기도 나와요. 수소가 기체 상태기 때문에 부피도 크고 폭발 위험이 있어서 저장하고 운송하는 게 좀 까다롭잖아요. 지금은 대형 튜브 트레일러에 담아서 운반하고 있는데, MOF를 활용하면 수소 분자를 촘촘하게 저장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소를 운반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이 기술 좀 더 개발되고, 또 재생에너지 활용해 만든 그린수소도 시작 단계인데, 이런 것이 시장성을 얻게 될 때쯤엔 수소차 사용이 조금 더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오늘 시작이 노벨화학상인데, 딱 들으면 '어, 이런 기술이?' 했지만, 이 기술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오늘 방송에서 소개한 가장 큰 의미일 텐데요. 저는 굉장히 참신하고 기분 좋게 다가오는 것이, 이제 노벨상 선정위원회도 다양한 기술들, 이런 것들을 기후변화 관점에서 보고 평가하고 가능성을 보는구나, 이런 것들을 보게 돼요. 왜냐하면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지상과제이기 때문이겠죠, 기후변화가. 어떻게 보세요?

◇ 최서윤> 저도 이렇게 시상을 해주게 되면, 앞으로 연구하는 각 분야, 물리학 등 여러 분야 있는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자 맡은 자기 전문분야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해법들을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습니다. 제가 궁금해서 좀 찾아봤어요.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서 기후변화 관련해서 언제부터, 누구 누구, 수상했는지 찾아봤는데요. 일단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서 기후변화 관련 연구 업적이 크게 주목받은 계기는 2007년이에요. 노벨평화상 받았죠.

◆ 홍종호> 그럼요, 앨 고어를 포함한.


◇ 최서윤> 네, 그렇습니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요. 당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제작과 여러 강연 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선 공로로 공동 수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관심이 크고 한동안 뜸하다가, 말씀하신 2018년에 노벨경제학상에서 윌리엄 노드하우스 미국 예일대 교수랑 폴 로머 뉴욕대 교수가 환경문제와 경제성장에 대한 거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공로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어요. 특히 노드하우스 교수는 기후 경제학자이면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게 이듬해 유럽연합 탄소세 설계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정책으로 실현이 되고 있죠. 우리나라도 탄소세 얘기가 좀 나오고 있더라고요.

◆ 홍종호 > 그럼요.

◇ 최서윤> 2021년에는요, 노벨물리학상에서도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지구 온난화 예측에 기여한 공로로 3명의 연구진이 수상했는데,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 연구원은 온실가스 증가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는 기후 시스템의 변동성을 정량화해서 지구 온난화 예측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차대 교수는 물리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수학적으로 설명해서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수상한 바 있습니다. 뭐, 앞으로 여러가지 남았으니까, 노벨문학상도 있을 거고, 여러 분야에서 더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 홍종호> 그래요. 제가 오늘 이 방송 녹화하러 오기 전 아침에 수업을 했는데, 마침 수업 주제가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가 언급된 부분이었어요. 노드하우스 교수도 초창기엔 그렇게 적극적인 환경정책, 그러니까 탈탄소를 위한 탄소세라든지, 배출권거래제 이런 것들을 아주 강력하게, 강하게 적용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는 온건한 입장이었는데요. 2010년대에 들어서 점점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서 그랬는지 적극적인 탄소세 도입이 필요하다, 또 이런 걸 잘하는 국가와 잘 하지 않으려는 국가가 있다면 잘하는 국가끼리 모여서 아예 탄소큽럽을 만들어라, 국가간 연합체를 만들어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탈탄소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국가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 (탄소장벽을 세우는 거군요?) 그렇죠, 장벽을 만들어서라도, 무역규제를 해서라도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면서 입장이 좀 더, 기후변화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천적으로 주장하는 데 목소리를 좀 더 강하게 내는 입장으로 바뀌었더라고요.

◇ 최서윤> 기후변화 현상이 경제성장을 그만큼 저해하고 있다?

◆ 홍종호> 그것도 분석을 했고요. 모형을 갖고 오랫동안 분석을 해왔는데, 그런 것을 좀 더 현재 이 시점에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유럽연합(EU)이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같은 걸 하듯이 이런 걸 해서, 그렇지 않은 국가에 대해, 심하게 말하면 '맛 좀 봐라, 너희들. 이렇게 탄소배출 많이 하면서 먹고살려고 하면 안 된다'는 얘길 주장했고, 그런 것이 2018년도 노벨상을 받는 데 (주효했다?). 일정정도. 학술적인 연구도 축적돼 있었지만 적극적인 주장을 개진한 것이 어필하지 않았을까, 사회과학자로서 그런 것도 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 최서윤> 우리나라 노벨상 수상하고 싶어서 많이 뛰어드시잖아요.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시면 어떨지.

◆ 홍종호> 네, 한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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