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프랑스 기자의 영어 억양을 조롱해 또다시 '언론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프랑스 기자의 질문을 듣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기자는 "이스라엘 의회가 요르단강 서안 병합 법안을 예비 승인한 것이 대통령의 평화 달성 노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고 영어로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크게 말해달라"고 요청했고, 기자가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자 옆에 있던 팸 본디 법무장관을 향해 "저 질문에 답할 수 있겠느냐. 그가 하는 말을 한마디도 못 알아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고, "프랑스"라는 답이 돌아오자 "억양이 예쁘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본디 장관이 기자의 질문을 다시 전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서안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 이스라엘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이미 냉각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 기자 조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올해 2월에도 아프가니스탄 기자의 질문을 가로막으며 "아름다운 목소리지만 당신이 하는 말을 전혀 이해 못하겠다"고 말했고, 인도 기자에게는 "억양이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 같은 태도는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결례로 비판받고 있다. 언어와 억양을 근거로 질문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언론 자유와 외교 예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외국 기자 조롱은 단순한 언행 문제가 아니라, '비판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로 읽힌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트럼프식 언론관이 미국과 세계 언론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