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 영포티가 어쩌다가…MZ세대 "유행만 좇는 허세" 조롱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젊은 감각'에서 '젊어보이려는 허세' 조롱의 아이콘으로
세대 갈등의 징후로 분석 "젊은층, 사회적 불안이 원인"

생성형AI로 제작한 영포티 이미지. 인스타그램 캡처생성형AI로 제작한 영포티 이미지. 인스타그램 캡처
10년 전인 2015년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소장이 처음 제시한 '영포티(Young Forty)'는 유행에 민감하고 변화를 즐기는 40대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됐다. "나는 여전히 젊다"는 선언처럼 쓰였으며, 이들은 패션·뷰티·여행·헬스케어 등에서 '젊음의 감각을 소비하는 세대'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최근 '스윗영포티'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며 영포티의 이미지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처음엔 젊은 감각을 가진 중년을 가리키는 긍정적 표현이었지만, 지금은 '억지로 젊어 보이려는 사람'이라는 조롱의 의미가 강해졌다. '영포티'는 단순한 세대 구분이 아니라, 시대의 단면을 드러내는 상징이 됐다.

'젊은 중년'의 탄생, 마케팅이 만든 영포티


영포티가 '젊은 감각'으로 통했던 2020년대 초반까지 기업들은 영포티를 새로운 소비층으로 공략했다. 나이키·뉴발란스·휠라 등은 '젊고 세련된 40대 모델을 내세워 "나이에 상관없이 멋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고, '영포티룩'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현대차 제네시스,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등은 프리미엄 자동차나 건강기능식품을 영포티의 '자기관리 이미지'와 연결했다.

이때까지 영포티는 트렌드를 이끄는 세대였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대표했다.

밈이 된 '영포티', 젊은 세대의 조롱거리로


하지만 2024년 초부터 SNS 밈 확산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젊어 보이려 애쓴다", "트렌드만 좇는 허세 세대"라는 표현이 퍼지면서 영포티는 금세 풍자와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커뮤니티에는 '영포티 패션', '젊은 척 챌린지' 같은 콘텐츠가 늘었고, '젊음'은 세대를 구분짓는 잣대가 됐다.



CBS 취재진이 영포티 밈을 알고 있는 2030 청년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3%가 영포티라는 단어를 보고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답했다, 25%는 '별생각 없다'고 했고, 긍정적으로 본 사람은 6.7%뿐이었다. 응답자 중 75%는 SNS 밈을 통해 해당 단어를 처음 접했다고 답했다.

영포티를 앞세웠던 브랜드들도 타격을 받았다. 러닝화·명품 브랜드 등에서는 '영포티 감성'이 낡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며, 젊은 소비자가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밈' 그 이상의 사회적 징후… 세대 공감이 필요한 시점


'영포티' 밈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대 간 인식의 단절을 드러내고 있다. CBS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8.3%는 "밈은 유행일 뿐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다"고 답했지만, 38.3%는 "농담이라도 특정 세대를 비하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웃으며 소비하면서도 불편함을 느끼는 이중적 태도가 공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세대 갈등의 새로운 징후로 본다. 고려대 사회학과 심재만 교수는 "영포티 밈은 강자가 약자를 조롱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조롱의 방향은 위계를 향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불안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불안과 정체성 경쟁이 심화되면서, 젊은 세대가 '젊음'을 지키기 위해 중년을 희화화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한국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 박정민 교수는 영포티 밈이 세대 전체를 낙인찍는 사회 분위기로 확산되는 점을 우려했다. "실제 문제는 일부 과시적 행동에 불과한데, 자극적인 사례가 과장돼 세대 전체로 일반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밈이 사회적 진단의 도구가 아니라 단순한 '눈요깃거리'로 소비되면 오히려 세대 간 이해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