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피고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이 재심 끝에 피고인들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당시 담당 검사들의 근황이 주목되고 있다. 당시 피고인들에게 자백을 받아내 재판에 넘겼던 담당 검사는 이후 물의를 일으켜 검찰에서 면직됐고, 뒷돈을 받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75)씨와 딸 B(41)씨의 항소심 재심에서 피고인들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와 딸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아내 C씨와 아내의 지인 등 4명에게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해 C씨를 포함한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부녀가 C씨와 갈등을 빚어 벌인 범행"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녀는 2010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A씨는 무기징역, 딸은 징역 20년이 선고됐고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들에 대한 재심은 지난해 1월 결정됐다. 부녀의 변호를 맡은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검사와 조사관이 강압 수사, 허위 수사로 지적 또는 사회 능력이 낮은 가족들을 범인으로 만든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28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재심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부녀는 치정에 얽혀 패륜범죄를 저질렀다는 오명을 16년 만에 벗었다. 무죄를 끌어낸 박 변호사는 "전형적인 검찰의 그릇된 수사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시 수사 검사들의 면면이 주목되고 있다.
먼저 당시 수사를 총괄했던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차동언(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다. 차 변호사는 순천지청장을 역임한 뒤 서울고검 검사를 지내고 2011년 퇴직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근무하고 있다.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 차장검사는 김회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연수원 20기)이 지냈다. 김 전 의원은 2009년 9월 부녀를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며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 안산지청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광주지검장 등을 역임하다 2018년 검사 생활을 마치고 변호사 개업 중 정계에 입문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법률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곤 경선에서 탈락했다.
아울러 당시 수사 검사는 강남석 전 검사(연수원 36기)로 파악됐다. 강 검사는 부녀를 범인으로 지목해 큰 주목을 받았다. 부녀의 자백을 받아내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한 사건을 해결한 인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2010년 11~12월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향응을 받고 유흥주점 및 모텔 출입 장면이 동영상으로 촬영되는 등 직무상 의무 위반 및 품위 손상으로 2013년 6월 검찰에서 면직돼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 뒤에는 수임료 등 1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사건이 결국 무죄로 선고되면서 당시 수사를 주도한 검사들을 향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수사와 공소 유지 전 과정에 걸친 '공권력 남용의 총합'"이라며 "패륜 치정이라는 끔찍한 범행 동기를 만들어 꾸몄고, 무죄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인하고도 은폐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들은 머릿속에 그려둔 시나리오를 피고인들에게 주입하며 회유했고, 기만과 이간으로 부녀 관계까지 흔들었다"며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한 검찰의 조직 문화가 이 사건에 비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강조했다.
딸 B씨는 "검찰과 수사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증거를 확보하고, 진실한 수사를 했으면 한다"며 "앞으로 이러한 강압 수사로 헛된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녀는 검찰의 긴급체포에 따른 구속 기간부터 지난해 재심 개시 결정으로 풀려나기까지 만 15년씩을 감옥에서 보냈다.
재심 재판부는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조서의 허위 작성과 자백 강요 등이 있었다며 검찰 수사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부녀는 진술 거부권, 신뢰관계인 또는 변호인 참여권 등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