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해" 트럼프도 언급한 김정관…103일 관세전쟁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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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협상력으로 취임 103일 만에 타결 이끌어내"
"3개월간 23차례 회담…미국 설득한 'MASGA 프로젝트'
'무박 3일 협상'으로 마무리…끝까지 지킨 신중함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 타결된 배경에는 수차례 방미를 이어가며 좀처럼 물러서지 않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끈질긴 협상력과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월 21일 취임한 김 장관은 취임 103일 만에 한미 관세협상 최종 타결을 이끌어냈다. 취임 직후부터 미국을 수차례 오가며 협상을 주도했고, 불과 3개월 동안 장관급 회담만 23차례를 소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김정관 장관을 직접 언급하며 "미스터 정관 킴, 훌륭한 사람(incredible man)"이라며 극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는 매우 터프했다"며 "솔직히 좀 덜 유능한 사람이 나왔으면 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관세 협상 후속 논의가 한창이던 당시, 김 장관을 비롯한 우리 정부가 쉽게 물러서지 않고 협상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온전히 양보하지 않고, 외환시장 충격 등 잠재적 위험에 대비한 '안전장치'까지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국이 타결한 협상에 따르면, 대미 투자펀드 3500억 달러 가운데 2천억 달러는 현금 투자,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 형태로 구성된다. 현금 투자분의 연간 투자 한도는 200억 달러로 설정됐다. 또한 투자액에는 원금 회수 장치가 포함됐으며,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적용된다. 수익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양국이 5대 5로 나누기로 했다.
 
이 같은 결과 뒤에는 김 장관을 비롯한 대미 협상단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김 장관은 취임 이틀 만인 지난 7월 23일 첫 방미길에 올라 관세협상 전면에 섰으며, 당시 미국은 8월 1일부터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었다.
 
첫 회담은 7월 24일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진행됐다. 논의가 진전되자 그는 다음 날 뉴욕에 있는 러트닉 장관의 자택까지 직접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귀국 일정조차 정하지 않은 채 미국에 머물던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이 스코틀랜드로 출장을 떠나자 유럽까지 동행하며 협상 열기를 이어갔다.
 
이 같은 강행군 끝에 양국은 지난 7월 30일 협상의 큰 틀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국별 관세 및 자동차 등 품목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금융 패키지를 제시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김 장관과 산업부 실무진이 제안한 'MASGA(마스가) 프로젝트'가 미국을 설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 실무자들이 직접 'MASGA' 구호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동대문에서 제작해 공수한 일화는 협상 타결을 위해서라면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이들의 집념을 보여줬다.
 
그러나 합의 이후에도 대미 투자 방식 등을 둘러싼 세부 조율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협상은 다시 난항에 빠졌다. 김 장관은 재차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러트닉 장관과 수차례 대면했고,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무박 3일' 일정으로 급파되기도 했다. 16일 출국해 20일 귀국한 뒤, 불과 이틀 만인 22일 재차 방미해 2시간가량 면담을 마치고 곧장 귀국한 것. 귀국 직후 김 장관은 산업부 국정감사에 참석하며 '극한 일정'을 소화했다.
 
김 장관은 그간 협상 과정에서 느꼈던 긴장감을 '피가 마른다'는 표현으로 설명한 적도 있다. 그는 지난 8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불리한 얘기만 나오면 '그럼 관세 25%로 그냥 가자'며 러트닉 장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해 저희가 붙잡는 일이 반복됐다"며 "피가 마른다는 말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실감했다"고 긴박했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협상 타결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그는 끝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 장관은 지난 24일 "미국 측 입장을 받아들이기에는 국민 경제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역사적 책무의식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할 수 있는 한 우리 국익과 국민의 삶에 가장 부합하는 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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