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맞짱' 시진핑, 2박3일 방한서 존재감 과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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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미중 정상회담서 희토류·펜타닐·대두 등 여러 현안 합의
1차 무역전쟁서 수세였던 시진핑, 이번엔 트럼프와 대등
APEC 불참 트럼프 대신 시진핑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
시진핑, 트럼프 겨냥 "다자간 무역 체제 공동 수호" 제안
한중 정상회담 개최…대통령실 "관계 전면적 복원 성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박 3일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1일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방한한 시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만나 정상외교를 벌였다.

특히,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여 관세인하와 제재유예를 비롯해 다양한 양보안을 이끌어내는 등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당시와는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미중 정상회담서 다양한 현안 해결…최근 갈등 봉합 '스몰딜'

지난달 30일 한국에 도착한 시 주석은 도착 직후 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에서 만난 두 사람은 '위대한 지도자', '세계평화에 진심' 등 서로를 추켜세우는 발언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담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시간 4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희토류 수출통제, 펜타닐 유통, 대두 구매, 입항 수수료, 틱톡 매각 등 광범위한 현안을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중국은 오는 12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미국 역시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의 원인이 됐던 제재 대상 중국 기업이 소유한 자회사도 자동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로 한 새 규제안을 1년 유예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미국산 대두 수입을 즉시 확대하기로 했다. 합성마약 펜타닐 유통 문제 해결에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부과했던 소위 '펜타닐 관세'를 10%P 낮추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도 최신형인 '블랙웰'을 제외하고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상대방 국가 선박 등에 부과했던 입항수수료도 서로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문제도 최종 합의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최근 양국간 무역갈등의 원인이된 현안에 대해서만 합의하는 '스몰딜'에 그쳤다. 대만 문제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적 갈등, 첨단산업 분야 전략경쟁, 중국의 과잉생산 등 양국 갈등의 보다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장의 카드' 희토류에 1차 때와 판도 달라진 2차 무역전쟁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유일하게 시 주석이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이고, 일부 양보까지 얻어낸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또 한번의 큰 수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소위 '해방의 날' 관세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전쟁을 걸어온 이후 중국은 매번 맞대응 조치를 내놓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양국이 100%가 넘는 관세를 상대국에 부과하며 극한 대치 상황으로 치달은 이유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벌어진 1차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공격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끌려다녔던 중국은 이번에는 희토류 수출통제와 대두 수입 중단 등의 보복카드를 내밀며 오히려 미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어 매번 먼저 협상테이블에 앉게 만들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정상회담 뒤 언론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희토류를 보복카드로 삼은 것을 비판하며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관련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시점을 최대 2년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바꿔말하면 향후 최소 1~2년간은 미국의 대응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희토류 등 보복카드로 "최소한 세 차례 이상 미국의 징벌적 조치 실행을 막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과 동등한 국가로서 중국의 자신감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분명한 역학관계는 중국의 위협이 미국을 움직여 일련의 제한 조치를 철회하게 했다는 것"이라며 "시 주석은 중국의 경제시스템과 글로벌 리더십 확대 노력 측면에서 더 안전한 공간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다자주의 경시' 트럼프 대신 시진핑 만나려 줄선 각국 정상

 
방한 첫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시 주석은 나머지 이틀간은 APEC 정상회의에 꼬박 참석하며 정상외교를 이어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는 참석하지 않은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 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이를 두고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다자주의 체제를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탈퇴를 결정했다.

관련해 AP 통신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을 찾은 뒤 정작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이 지역에서 미국의 평판을 훼손하고, APEC 본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과 대비되면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열어줬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념촬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념촬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 '다자간 무역 체제 공동 수호'를 제안하며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다자간 무역 체제의 권위와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분히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정조준한 발언이다.

동시에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으로 주인공 자리를 꿰찬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섰다. 대표적으로 반중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 조차 시 주석과의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막판까지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간 정상회담도 열렸다. 양국 정상회담은 지난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두 나라는 지난 2018년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 기업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한 이후 오랜 앙숙관계였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관계회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 개최…대통령실 "한중관계 전면 복원 성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가 폐막한 뒤 경주 국립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열린 첫 정상회담으로 양국관계와 경제협력, 그리고 북핵 등 한반도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대통령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중외교를 통해 한중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며 "양 정상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안보 분야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는데,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간 합의 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추진과 관련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한한령'(한류 금지령)과 관련해서도 논의가 오갔다. 대통령실은 "'서로 문화를 교류하고, 서로 문화 협력을 많이 하자. 콘텐츠에 대해서도 노력하자'라는 공감대는 있지만, 국내 법적인 규정도 있고 해서 완벽하게 얘기가 되지는 않았다"면서도 "토론이 있었다.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원/위안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원/위안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밖에 두 정상은 양국 중앙은행 간 5년 만기 70조 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 체결에 합의하고,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 '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 '실버 경제 분야 협력',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 등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전임 윤석열 정부 당시 한중 관계가 바닥을 찍은 만큼 현 정부에서는 한중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미중 패권경쟁의 향방에 따라 한중관계 역시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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