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격려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약 728조 원 규모의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무너진 경제 기반 재건을 위한 확장 재정"을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은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부채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며 과감한 삭감을 예고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2026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무너진 경제 기반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이번 2026년 예산안 심사에 있어서 가장 큰 화두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의 이유가 윤석열 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을 되돌아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 질곡에 빠져 있었다"며 "2021년 4.6%였던 실질경제성장률은 2023년에 1.4%, 2024년에 2.0%로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또 "폐업자 수가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며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세수 결손이 무려 100조 원에 이른다"고 했다. 이어 "그 세수 결손에 대응해 지방 정부 교부금을 삭감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재정절벽으로 인한 고통이 지방정부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감액으로 국가 경쟁력 기반도 큰 타격을 입었다"며 "R&D 예산이 한 번 삭감된 이후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단번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는 국가경쟁력의 근간을 흔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 의원은 "이번 정부 예산안을 보면 전년 대비 총지출이 대폭 증가한 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며 "현 상황에서 상당 규모의 지출 증가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또 "가장 주목되는 점은 10조 원의 인공지능(AI) 집중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전 세계가 엄청난 속도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시기를 놓치면 손을 써볼 수도 없는 격차가 우리 앞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 투자만큼은 실기하거나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AI 예산이 삭감되거나 누락되지 않게 세심하게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정부안 예산 편성 이후 발생한 여러 상황 변화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며 "국정자원 화재 이후 필요성이 대두된 자원 이중화·분산화를 위한 예산, 강릉 가뭄으로 대두된 가뭄 대비 예산, 그리고 관세협상의 결과를 반영하기 위한 추가 소요도 잘 살펴서 증액해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심사 과정에서 야당의 의견을 잘 듣고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토론에 나선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확장 재정에 대한 정부 인식을 지적하며, 지역사랑상품권 등에 대한 '이재명표 사업' 검증과 과감한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박 의원은 "2026년도 예산안은 728조 원을 편성했고, 전년 대비 8.1% 증가한 확장 재정 정책"이라며 "문제는 적자 국채 100조 9천억 원을 발행하고, 법인세 증세를 통한 일부 재원 확보해 확장 재정의 재원을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대 최대로 뼈를 깎는 지출구조조정을 했다고 하지만 전체 지출 대비로 보면 높지 않다. 총 지출 대비 3.7%인데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지출구조조정을 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채를 발행해도 부채비율이 50%를 약간 넘어 다른 나라에 비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며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교국) 대부분 기축통화국 혹은 준기축통화국"이라며 "비기축통화국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저출생·고령화 사회로 인해 공적 지출이 더 늘어나게 된다"며 "국가 부채비율이 2065년에는 GDP의 156.3%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속도로 간다면 우리는 걷잡을 수 없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예산이 투입되는 지역사랑상품권과 모태펀드 등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그는 "지역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는 일시적 경기부양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언제까지 재정을 투입해 지역화폐를 발행할 것인지, 그 효과가 지속되게 할 수 있을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태펀드가 벤처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운용 방식을 검토해 볼 단계가 됐다"고 짚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 △총지출 절감 및 신규 사업 구조조정 △중복·비효율 사업 과감한 삭감 △세금 부담 완화 및 민간투자 회복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를 핵심 원칙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