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사과속 '4.3학살 박진경' 유공자 취소 요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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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제주도의원 일동, 박진경 유공자 지정 즉각 취소해야
정의당 제주도당 "무공수훈 박탈과 함께 유공자 지정 취소하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유공자 지정 규탄 기자회견 열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11일 제주찾아 유족과 도민에 사과
"현 시점에서 유공자 취소 불가능…입법 미비 보완 나설 것"

민주당 제주도의원들이 12일 도의회 기자실에서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촉구했다. 이인 기자 민주당 제주도의원들이 12일 도의회 기자실에서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촉구했다. 이인 기자
제주4·3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데 대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제주를 찾아 사과했지만 정치권은 물론 4·3 단체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송창권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도의회 기자실에서 '민주당 제주도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제주도의원들은 4·3 당시 강경 진압을 지휘하며 무고한 양민의 희생을 초래하고 도민 30만 명이 죽어도 무방하다는 망언까지 한 박진경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한 것은 국가 책임의 근간을 붕괴하는 심각한 직무유기이자 용납할 수 없는 역사적 범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도의원들은 국가보훈부 장관의 사과 표명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며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박진경 유공자 지정 취소와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국가폭력과 불법적 조치의 책임자에게 수훈을 부여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후라도 철저한 재검증을 통해 해당 수훈을 즉시 취소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시급히 정비하고 왜곡된 유공자 지정이 재발하지 않도록 심사 기준과 절차 역시 전면 개편하라고 촉구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4.3당시 강경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데 대해 사과했다. 이인 기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4.3당시 강경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데 대해 사과했다. 이인 기자
정의당 제주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권오을 장관이 부랴부랴 제주를 찾아 4·3 유족들에게 사과했지만 이미 전몰군경으로 인정됐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권 장관이 4·3 평화공원 방명록에 '제주4·3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과 억울함을 해소하도록 국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남겼다며 국가 폭력을 자행하고 무고한 제주도민을 희생시킨 학살자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하고도 어떻게 4·3 희생자와 유족의 억울함을 해소하겠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정의당은 지금이라도 무공수훈을 박탈하고 국가유공자 인정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4.3당시 강경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제주CBS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4.3당시 강경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제주CBS
제주4·3 범국민위원회와 재경 제주4·3희생자 및 피해자 유족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제주사회문제협의회 등도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4·3학살 박진경 국가유공자 지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학살자를 어떻게 이재명 정부에서 국가유공자로 예우할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이들 단체는 12.3 내란 청산의 한가운데서 4·3 민간인 학살 가해 책임자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반역사적 행위라며 당장 박진경의 유공자 지정이 취소될 수 있도록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취소는 역사 정립을 위한 또다른 시작이라며 12.3 내란의 올바른 종식을 위해 학살자를 국가유공자로 만드는 지금의 국가유공자법은 전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4.3유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인 기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4.3유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인 기자
앞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11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 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유족과도 만나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데 대해)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희생자 유족들과 제주도민들께 정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다만 유공자 지정 취소에 대해선 권 장관은 "절차를 모두 검토했지만, 그것은 입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장관이 언급을 하기엔 조심스럽다"며 "현 제도에서는 등록을 취소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입법 미비 사항에 대해서는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고, 국가보훈부도 대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자리를 옮겨 제주도청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와도 면담을 갖고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국가 폭력의 피해자인 4·3희생자의 오랜 한을 국가가 풀어줘야 하는데 보훈부가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오 지사는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 내용만 확인했어도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등록은 보류됐을 것"이라며 "신속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국가유공자 등록이 취소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오 지사는 4·3 역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박진경의 행적을 적은 안내판이 추모비 옆에 오는 15일 설치된다는 사실도 권 장관에 전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제주도청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제주도청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박진경 대령은 1948년 5월 당시 제주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해 도민에 대한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1948년 6월 숙소에서 부하들에게 암살당했고 1950년 12월 을지무공훈장에 추서됐다.

서울보훈지청은 지난 10월 무공수훈을 근거로 박진경 대령 유족이 낸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했고 지난달 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권 장관의 직인이 찍힌 국가유공자증도 유족에 전달해 4·3단체와 제주도민의 반발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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