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을 선고받아도 마땅한 사건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다시 감형을 더하고 항소를 하겠다는 피고인의 행위. 유기징역 받아서 또 형을 종료하고 나와서 다시 새생을 살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16일 광주고등법원 201호 법정에서 가족여행을 빙자해 아내와 두 자녀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차량을 몰아 진도 앞바다로 돌진해 숨지게 한 40대 가장 지모(49)씨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단호히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광주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이날 살인과 자살방조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씨의 항소심 절차를 시작했다.
지씨는 지난 6월 1일 새벽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인근에서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승용차를 바다로 몰아넣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억 원대 채무에 시달리며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지씨는 자녀들이 부모 없이 살아갈 미래를 비관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엄희준 광주고등검찰청 검사는 항소심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감형이나 선처라는 단어와는 가장 거리가 먼 범죄"라고 규정했다. 원심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 자체가 이미 최대한의 관용이 반영된 판단임에도, 피고인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데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엄 검사는 원심 판결에 적시된 양형 사유를 차례로 언급하며 "피고인은 자신과 가족 모두가 함께 죽겠다는 생각을 실제로 실행에 옮겼고 그 과정에서 자녀들까지 살해 대상으로 삼았다"며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본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인 자녀들에 대해서는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도 자신들이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던 부모가 자신들을 살해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며 "피고인과 배우자는 자녀들의 맹목적인 신뢰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전남 진도 앞바다로 차량을 몰아 일가족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지모(49)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김한영 기자검사는 이날 피고인 심문에서도 지씨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탄원서를 많이 냈던데, 이 탄원서는 어떻게 받은 거예요?"지씨의 형은 최근까지도 지씨의 감형을 위해 수많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씨 역시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1심 재판부는 선처를 구하는 태도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특히 지씨의 형이 지인들을 통해 제출한 수십 장의 탄원서를 두고 재판부는 "도대체 이런 탄원서를 써준 사람들의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냐"며 공개적으로 질타한 바 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이 실제로 수면제를 복용했는지 여부를 재차 확인했다.
엄 검사가 "수면제를 먹긴 먹었습니까"라고 묻자 지씨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엄 검사는 차량이 바다에 빠진 뒤 혼자 탈출해 도주한 경위를 짚으며 "바다에서 나와 도망갈 당시에는 정신이 들었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지씨는 "바다에서 나올 때도 계속 정신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답했다.
지씨는 범행 전 수면제 10정을 복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차량이 바다에 빠진 뒤에도 즉시 구조 요청이나 자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점을 문제 삼았다. 바다에서 나온 직후 범행을 후회하고 피해자 구조를 시도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지씨는 가족의 생명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 채 홀로 살아남아 도주한 뒤, 무기징역이 과하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이러한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결이 결코 과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2026년 1월 13일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