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비핵화를 '바람직한 이상'으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엄연한 현실'로 규정하며 비핵화에 앞서 '동결'과 '군축'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가장 이상적인 것이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나"라고 되물으며 "북한이 더 이상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해외로 반출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지 않게 하는 것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전략은 기다려 보자, 견디자며 이상을 꿈꾸며 현실을 외면했다"며 "그 결과 (북한은) 1년에 핵무기 10~20개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북한 비핵화 로드맵으로 '핵·미사일 동결→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1단계로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자, 다음에 군축협상 하자, 길게는 비핵화를 향해서 가자"며 '축소' 대신 '군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핵과 관련해 '군축'이라는 용어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뉘앙스를 내포한다며 사용을 민감하게 여겨 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북한을 여러 차례 '뉴클리어 파워'라고 부르며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대화 국면을 앞두고 미국과 보폭을 맞춘 것으로도 풀이된다.
우리 정부의 단계적 접근법에도 북한은 반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이 대통령이 '비핵화 3단계'를 언급한 외신 인터뷰에 대해서도 수용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이 대통령의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베껴온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한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 대통령이 북한에 자신들의 체제불안을 이해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핵 포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점은 관심을 가질 대목"이라면서도 "하지만 영구적 핵 보유를 주장하는 김 위원장은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비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