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5주 '최악 물자 부족'…석유 의존 경제의 민낯[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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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매주 수/목/금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표준FM 98.1mhz 목/금 오후 5시에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 영상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정책부 기자

자원안보 위기경보 '경계'로 격상…원유 수급 차질 현실화
연료용 석유뿐만 아니라 원료용 원유 수입까지 공급망 '비상'
나프타 수급 불안에서 촉발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재기
제조업 다른 부문까지 번질 '연쇄 위기' 우려도
원료 수입·제품 수출 의존 한국경제 구조적 취약성 드러나
"산업 부문 탈탄소화, 중장기적으론 경제안보 강화하는 길"


◆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을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정책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요. 대통령 잠도 못 재우는 중동발 에너지 쇼크.

◆ 홍종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벌써 5주 차에 접어들었어요. 에너지 쇼크가 줄어들기는커녕 암울한 전망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우리나라 대통령도 잠 못 잔다는 표현도 쓰셨고요.

◇ 최서윤> 네, 지난 3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을 앞두고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한 언급이 화제가 됐어요. "에너지 문제 때문에 난리다, 저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지금 당장의 문제도 그렇지만 앞으로 미래에는 더 상황이 불안정해질 것 같다"고 했어요. 그 이유로는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면 미래가 매우 위험하다"고 들었고요.

이 대통령은 "자체 생산되는 것도 아닌데 수입을 좇다 보니 지금 저 모양이 되고 있다"면서 "모든 에너지원을 신속하게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된다"고 했어요. "빨리 전기차로 바꾸고 난방도 히트펌프로, 풍력 자원이 많아서 남는다고 하는데 빨리 전환하도록 속도를 내야 된다"고 주문했습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최서윤> 정부가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3단계에 해당하는 '경계'로 격상했죠. 이게 원유 수급에 실제 차질이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연료용 석유 제품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납사(나프타)로 대표되는 제조업 원료용 원유 수입까지 중동 지역 공급망 의존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정례 경제 전망 보고서를 좀 살펴봐야 돼요. 개전 이후 나온 첫 공신력 있는 세계 경제 분석인데요. 유독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눈에 띄게 하향 조정됐습니다.

◆ 홍종호> 저도 봤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하향 폭이 크더라고요.

◇ 최서윤> 맞습니다.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큰데요. 세계 성장률은 2.9% 전망이 유지됐는데, 우리나라 전망치는 올해 2.1% 성장할 거라고 처음에 전망했던 게 1.7%로, 0.4%P 낮아졌습니다. 이유는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다는 점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약화해서 성장이 둔화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중동 원유 의존도가 조금 더 높잖아요.

◆ 홍종호> 90%에 달하니까요.

◇ 최서윤> 그런데 일본은 원래 전망치가 0.9%로 워낙 낮기도 했었고, 인구도 우리보다 2배가 많잖아요. 내수 성장 전망에 힘입어 전망치가 유지됐습니다. 자원 부국인 호주도 2.3% 전망치 그대로고요. 미국은 오히려 1.7% 성장할 거라는 전망에서 2%로 0.3%P 상향 조정됐습니다. 중국도 4.4% 성장 전망이 유지됐고요.

◆ 홍종호> 이런 국제기구의 평가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는 거죠. 휘발유 같은 석유 제품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 이게 대한민국 경제가 오랫동안 심장처럼 의존해 왔고 너무 당연시해 왔는데, 이른바 불가항력적인 대외 상황이 악화되면서 그 직격탄을 맞는 정도가 한국 경제가 어느 경제보다도 크게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거겠죠. 그래서 물가 우려가 가장 큰데, 특히 이런 높은 물가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납사, 핵심 원료죠. 이게 얘기가 되고 있어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최서윤> 물가도 오를 수 있고, 아예 물자 수급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그동안 펑펑 써온 석유랑 가스가, 연료용 에너지로도 쓰지만 원료로도 쓰이거든요. 원유가 들어오면 절반은 연료로, 절반은 원료로 쓸 정도예요. 이 원료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연료는 물론 원료로서의 에너지 소비도 제한할 수밖에 없어지는 거예요.

쓰레기 종량제 봉투나 차량용 요소수 구하기 어려워지는 거 아니냐, 미리 사둬야 되는 거 아니냐 걱정하시는 분들이 지금 많은데요. 정부가 3월 27일 0시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러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거예요.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액체 탄화수소 혼합물입니다. 현대 제조업 대부분 제품에 쓰이기 때문에 별명이 '산업의 쌀'이에요. 가전제품, 자동차 부품, 조선산업뿐만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서 쓰는 비닐·플라스틱·스티로폼까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공산품엔 거의 모두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난 것도 이 나프타 수급 차질 우려에서 비롯된 거죠. 그리고 우리 일상에서의 진짜 문제는 종량제 봉투보다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이에요. 배달용 포장 용기, 커피 컵, 라면 봉지 이런 거 만들기 어렵다는 데서 진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건설용 자재 수급도 어려워져서 아파트 재건축 현장도 멈춰 설 수 있다고 해요.

국내 석유화학 제조 기업들이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해서 에틸렌·프로필렌 같은 기초 화학물질을 만들어 공급하는 건데, 이게 다 제조업의 원료로 쓰이는 거잖아요. 그런데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 중 한 곳인 여천NCC가 전쟁 초기인 3월 4일 국내 석화업체 중 최초로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통하는 포스 마쥬르(Force Majeure), 즉 계약을 지킬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우니 면책해 달라고 선언하는 겁니다.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 같은 다른 주요 석화 기업들도 일부 공장이 멈춘 곳도 있고, 공급 차질 가능성을 언급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최초 원유 수급 우려에서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이어지고, 이게 각 부문 제조업의 기초 소재 수급 차질로 이어지는 '연쇄 위기'가 제조업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 큰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 홍종호>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 이게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딱 맞는 이야기네요. 우리나라가 총 수입액의 3분의 1에 가까운, 연간 200조 원을 써서 화석 연료를 수입하는 나라거든요. 석탄·석유·가스가 다 거기 들어가 있죠. 전쟁 여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나프타만이 아니고 가스 등 다른 자원도 다 연결되잖아요.

◇ 최서윤> 맞습니다. 카타르 LNG(액화천연가스) 생산 시설인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이란의 공격을 받았잖아요. 그 뒤에 헬륨 생산을 중단했거든요. 헬륨은 가스를 생산할 때 나오는 부산물에서 추출하는데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핵심 원료예요. 웨이퍼를 냉각하고 온도를 제어하는 데 쓰이는데,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헬륨을 대신할 물질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합니다. 굉장히 중요해요. 반도체, 석유화학, 정유, 배터리, 자동차 제조, 이런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들과 관련된 연관 산업이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 석유 외에도 요소라는 것도 있잖아요. 석유로 만들기도 하고 석탄이나 천연가스로도 만드는데, 이 요소와 이 요소로 만드는 차량용 요소수도 지금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품목이고요. 수소 같은 경우에도 아직 우리나라는 화석 연료에 기반한 개질수소와 부생수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수급 관리 품목에 들어갔습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결국 이 설명을 들어보면,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핵심 경쟁력의 원천이 석탄·석유·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였다는 게 그대로 방증된다고 봅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전기 부문만 재생에너지 확대한다고 이 구조적인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는 우려까지 들어요.

◇ 최서윤> 맞아요. 작년에 많은 분들 기억하실 텐데, 2035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정하면서 전력 부문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수송 부문 전기차 확대를 내세웠어요. 그러면서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제조업 산업 부문 감축 목표는 사실상 봐주기식으로 뭉뚱그렸고, 시민사회에서 반발이 컸어요. 10년간 연간 최저 감축률 목표치를 보면, 전력과 수송이 매년 7.9%씩 줄이는 반면 산업은 1.6% 줄이는 것으로 굉장히 봐줬거든요. 그런데 이 산업 부문, 제조업에서 사용하는 연료와 원료·공정 부문에서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나프타 사용 줄이고 플라스틱 의존도를 낮추는 것, 이런 게 산업 부문 탈탄소의 핵심인데, 그동안 정부가 제조업 수출 경제 구조를 핑계로 전환을 미뤄온 거예요.

계속 미루다가는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만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걸 이번 사태로 알게 됐다고 보면 됩니다. 이 구조적 취약성, 외국인 투자자들은 진작부터 알아본 것 같아요.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3월 한 달간 외인이 30조 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냥 다 빠져나간 거예요. 지금 코스피가 5천 포인트 선을 계속 지키고 있잖아요. 안도할 수 없는 게요, 외인 매도 물량 대부분을 국내 개인 투자자들, 개미들이 받아내면서 5천 선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예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굉장히 취약한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다른 나라들은 그래서 전환에 속도를 내려 해 왔어요. 옆나라 일본 사례를 보면요. 일본은 진작부터 이걸 감지하고 소재 산업 탈탄소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워둔 상황입니다. 2023년 7월에 일본 정부가 GX(녹색전환)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제조업의 연료와 원료 전환에 10년간 민간·공공 합산 150조 엔, 우리 돈 약 1,4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거든요. 우리나라도 올해 상반기 중에 한국형 녹색 전환(K-GX) 추진 전략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때 잘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야 될 것 같습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사실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 수십 년 만에 작년 2025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넘어섰습니다. 차이는 크지 않아요. 일본 1.1%, 한국 1.0%로 추정되기 때문에, 올해 이를 기반으로 좀 더 높이 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전쟁 때문에 우리 성장률 예상치가 0.4%P 내려갔어요. 반면 일본은 내려가지 않았거든요. 이게 뭘 의미하냐면, 일본은 민간 투자가 올해 상당히 강할 것이다, 그런 시각인데요.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다는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똑같은데, 일본은 어떻게 성장률 전망치가 우리만큼 타격을 덜 받는지, 이걸 예의 주시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서윤> 돈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우리도 탈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탈플라스틱, 탈나프타, 이런 원료 부분에서 사용을 줄이는 게 필요해 보이는데요. 많은 분들 우려하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농업용 폐비닐 같은 걸 재활용해서 만드는 방안이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검토되고 있거든요. 정부가 파악한 바로는 재활용 업체들이 보유한 재생 원료로 만들 수 있는 폴리에틸렌 분량이 종량제 봉투 약 18억 3천 장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해요. 1년 이상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합니다. 재생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게 되면 쓰레기 종량제 봉투 공급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거예요. 의무화될 가능성이 있고요.

그다음에 종량제 봉투가 정말 부족하면 일반 봉투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하는 대책도 정부가 마련하고 있다고 하니까, 사태를 주시할 필요는 있지만 지나친 사재기와 매점매석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일상에서 쓰는 여러 제품에서 재생 원료 사용 늘리고 플라스틱 사용 줄이는, 그런 탈플라스틱 속도를 낼 필요가 있어 보여요.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제조업 전반에서 석유·가스·석탄 같은 화석 연료 부산물로 만든 소재를 대체할 기술 개발 투자를 늘려서 경제 안보도 강화하고 탄소 배출도 줄이는 방향의 장기 로드맵 전환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정부가 초단기적인 대책도 철저하게 세워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 산업 구조의 탈탄소화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전략을 세워야 될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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