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간첩으로 산 '납북어부 사건' 피해자, 재심서 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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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어부 사건' 피해자 신지우 씨 재심서 무죄
"불법 구금 상태서 진술 이뤄져…국가폭력"
재판부 "무죄가 위로와 명예 회복 계기 되길"

신지우씨를 체포한 군산경찰서에서 1976년 10월 19일 작성한 범죄인지보고서. 최정규 변호사 제공신지우씨를 체포한 군산경찰서에서 1976년 10월 19일 작성한 범죄인지보고서. 최정규 변호사 제공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방위병의 억울함이 50여년만에 해소됐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김용규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지우(75)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신씨는 지난 1976년 12월 납북귀환어부 신명구씨로부터 반국가단체를 찬양하고 고무하는 발언을 듣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로 징역 6개월 및 자격정지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지난 1973년 2월쯤 '제5동림호' 선원으로 어업에 종사하다 북한 경비병에 납치된 후 귀환한 신명구씨는 동료 선원 등에게 북한을 긍정적으로 표현했다는 혐의로 징역 5년에 자격 정지 5년의 처벌을 받았다.
 
당시 수사기관은 신명구 씨 외에도 그에게 북한에서의 경험을 듣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거나 동료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로 동료 어부 등 28명을 체포했다. 신씨는 동료 어부 중 하나였다.
 
신씨는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돌아온 것은 모진 고문이었다. 수사관들을 그를 서울의 대공분실과 전주, 군산으로 옮겨가며 무자비한 폭행과 고문을 가했다.
 
고문을 견딜 수 없었던 신씨는 결국 거짓으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강압에 의한 거짓 진술이었지만 체포 당시 방위병이었던 그는군법회의에 회부돼 군사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50여년간 신씨는 '간첩'이란 누명을 쓴 채 살아왔다.
 
지난 1월 29일, 故신충관 씨의 재심에서 무죄 판결 후 신지우 씨(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해 피해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심동훈 기자지난 1월 29일, 故신충관 씨의 재심에서 무죄 판결 후 신지우 씨(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해 피해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심동훈 기자
신씨의 재심에서 재판부는 경찰이 신씨를 체포하고 구금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적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경찰에 체포된 피고인이 서울과 전주를 거쳐 헌병대 구치대로 이송돼 군사재판을 받기까지 적법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피고인은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신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나 법정 진술의 증거능력도 부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불법적인 신체 구속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진술의 임의성을 강하게 의심할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며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검사의 증명도 없으므로 불법 구금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발했다.
 
납북귀환어부 사건 재심 무죄판결을 두고 기뻐하는 피해자들. 연합뉴스납북귀환어부 사건 재심 무죄판결을 두고 기뻐하는 피해자들. 연합뉴스
이날 재판부는 판결 말미에 신씨가 입은 피해가 권위주의 정권의 국가 폭력임을 명시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피고인의 믿음과 호소에 국가는 응답하지 않았고, 사법부의 일원인 법원은 이러한 비판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많이 늦은 판결이지만, 피고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신명구 씨와 함께 기소된 29명 중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해소한 이는 신명구 씨 본인과 故 신충관 씨와 신지우 씨 등 3명이다. 여전히 재심을 기다리는 피해자가 전북 지역에만 26명이 남아있다. 이외에도 재심 청구조차 하지 못한 납북어부사건 연루된 피해자들은 서해안에만 약 1천 여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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