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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왜 일본 타자들에 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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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 아오키에 잇따라 멀티히트 허용

'일본 타자 까다롭네' LA 다저스 류현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에 앞서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와 대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20일 홈런을 맞는 등 다소 밀렸다.(자료사진=황진환기자)

 

20일(한국 시각) 뉴욕 양키스전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에도 아쉬운 패전을 안은 류현진(26, LA 다저스). 무엇보다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에 내준 2안타가 뼈아팠다.

류현진이 2회 이치로에게 내준 내야 안타는 선제 실점의 빌미가 됐다. 무사 1루에서 나온 이치로의 타구를 2루수 스킵 슈마커가 잡는 과정에서 떨어뜨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류현진은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 3루에서 2루타를 맞고 2실점했다.

0-2로 뒤진 6회 나온 홈런은 결정타였다. 류현진은 선두 타자로 나온 이치로에게 2구째 시속 88마일(약 142km) 직구를 던졌다가 우월 솔로홈런을 내줬다. 몸쪽 낮은 공을 이치로가 잘 받아쳤다. 다저스 타선도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류현진은 3패째(6승)를 안았다.

류현진은 앞서 또 다른 일본 선수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와 대결에서도 다소 밀렸다. 지난달 23일 류현진은 7⅓이닝 2실점으로 5승을 따냈지만 아오키에게만 2안타를 내줬다. 1회 좌전 안타는 아오키가 잘 노려쳤고, 8회 내야수의 아쉬운 수비 속에 나온 내야 안타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후 아오키가 홈에 들어오며 류현진의 실점이 늘었다.

▲역대 국제대회 일본전 3⅔이닝 5실점

아직 두 타자뿐이지만 모두 멀티히트를 내줬다. 예전 국제대회 성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류현진이 일본 타자에게 다소 약한 면모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류현진은 프로 입단 후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세 차례 맞붙었다. 지난 2006년 류현진은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일본전에 선발로 나서 2⅓이닝 5실점의 부진을 보였다. 승패는 없었지만 사회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일본을 상대로 그해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의 자존심을 구겼다.

물론 국내와 달랐던 마운드 높이와 스트라이크존 변경 등의 변수도 작용했지만 에이스로서 아쉬운 대목이었다. 한국은 결국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두 차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예선 1, 2위 결정전에서 등판해 1-0으로 앞선 8회 나와 ⅓이닝 1피안타를 기록했다. 이치로에게 맞은 안타였다. 결승전에서도 8회 1사에서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를 기록했지만 희생타를 내주며 앞선 투수가 보낸 주자에게 추가 득점을 내줬다.

국제대회,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맹위를 떨쳤던 류현진임을 감안하면 일본과는 썩 좋은 궁합은 아니었던 셈이다. 올림픽에서 류현진은 메이저리거들이 포진한 캐나다에 완봉승, 아마 최강 쿠바와 결승전에서 8⅓이닝 2실점으로 금메달을 견인했다.

▲"스타일 상 정교한 日 타자와 안 맞아"

일단 류현진의 스타일 상 일본 타자들과는 잘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베이징올림픽 때 대표팀이 류현진은 대만이나 캐나다, 쿠바전을, 일본은 김광현이 맡는 쪽으로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하위원은 류현진이 일본과 맞붙었던 세 대회 동안 KBO 사무총장으로 대표팀 단장을 맡은 바 있다.

이른바 상대 타자와 궁합 때문이다. 하위원은 "일본 타자들은 선구안이 좋은 데다 정교하고 간결한 스윙을 위주로 하는데 웬만해서는 타이밍을 뺏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명품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이밍을 뺏는 게 장기인 류현진이 힘있게 큰 스윙을 하는 메이저리거나 쿠바 타자들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일본에는 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구위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의 김광현이나 봉중근이 상대적으로 일본에 강했던 이유기도 하다.

또 다른 원인은 세밀한 분석이다. 하위원은 "아오키나 이치로가 예전 국제대회를 준비하면서 류현진을 분석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김광현에게 눌렸지만 2009년 WBC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만큼 약점 분석을 잘 해냈다는 뜻이다.

▲日 교타자 넘어야…한일 대결 자존심도 걸려

일본인 메이저리거 야수들은 대부분 이른바 똑딱이 타자들이었다. 마쓰이 히데키(은퇴) 정도만 거포로 꼽히고 후쿠도메 고스케(현 한신) 역시 메이저리그에서는 중장거리 타자였다.

물론 류현진이 일본인 타자와 맞붙을 기회는 많지 않다. 현재는 이치로와 아오키를 제외하면 가와사키 무네노리(토론토), 나카지마 히로유키(오클랜드), 다나카 켄스케(샌프란시스코) 등은 활약이 떨어진다.

이치로와 아오키의 소속팀도 다저스와 리그와 지구가 달라 한 시즌에 각각 4번, 6번 맞붙는다. 잘 하면 1년에 두 번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이미 밀워키와 경기는 마무리됐다.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다음 달 이치로와 다시 만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앞선 맞대결에서 보듯 이치로와 아오키는 류현진을 힘들게 만들었다. 또 일본 선수들이 꾸준히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까닭에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일 맞대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타자들이다.

지금까지는 일본인 타자들의 판정승으로 볼 수 있다. 과연 류현진이 열세를 이겨내고 우위에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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