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상황에서 2m가량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모(54)씨는 지난해 7월 경북 경산시에 있는 한 모텔 앞에 차량을 주차한 뒤 지인을 만나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던 중 유씨는 차를 이동시켜 달라는 전화를 받고 얼마 후에 주차현장으로 갔지만 늦게 나왔다고 화가 난 모텔 관계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유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거나 다른 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어쩔 수 없이 혈중 알코올 농도 0.16% 상태에서 2m 가량 차를 운전하다가 음주 단속에 걸렸다. 그리고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유씨는 "당시 운전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 또는 강요된 행위로 죄가 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대구지법 제3형사부(김연우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된 유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가 운전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당시 운전은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없는 행위로 봐야 하는 만큼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