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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따라 중국간 기업들 '신난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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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국내 투자 꺼리며 '중국으로'…한국경제는 껍데기만?

(이미지비트/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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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인사들이 총출동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중국 정부는 엄청난 유무형의 실리를 챙겼다.

삼성전자는 이미 시진핑의 정치적 고향인 시안(西安)에 8조원짜리 전자공장을 짓고 있고,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앞다퉈 대중국 투자계획을 내놓거나 공장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하나같이 중국에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다.

◈역대 최대 메머드급 경제사절단

고마움의 표시였을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했고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정상회담이 있을 바로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오찬을 마련해
중국 당국자들은 물론이고 우리측 수행원들도 놀라게 했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 이명박 대통령 방중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환대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이번 방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신경을 쓴 대목은 시진핑 주석과 북핵문제를 조율하는 것이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에 대한 중국측의 확고한 반대 내지 남한정부 지지 입장을 끌어내거나 적어도 과거처럼 북한 편향적인 태도를 중립적으로 바꾸는 것이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당면한 주요 외교현안이다.

일단 시진핑 주석은 북핵 불용과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 입장을 밝힘으로써 우리 정부의 외교적 과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하지만 냉엄한 국제관계에서 '공짜'란 없는 법이다. 세계의 공장이란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중인 중국도 최근들어서는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띠게 떨어지고 내부적으로 공산당과 지도층의 부패로 점점 더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로 대권을 거머쥔 시진핑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중국지도체제에 대한 수술을 가하는 한편으로 세계 선진국과 유수의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들여 발전이 크게 뒤진 서부 대개발 역사을 가속화할 방안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그 첫 스타트를 끊어준 것이 한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상 최대규모인 71명의 재계총수를 거느리고 폼나게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과거 개발시대의 기업들이 아니라 이미 세계적 다국적기업 수준으로 발돋움한 기업들이고 보면 중국으로서도 그만큼 거는 기대가 컸을 것이다.

◈ 한국기업이 푼 선물보따리는?

삼성전자는 2012년 9월 중국 산시성 시안 가오신 공업개발구에 메모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이르면 내년부터는 플래시메모리 생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삼성그룹은 이 공장건설에만 7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8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8조원이란 투자규모도 규모지만 8조원 투자로 인한 고용과 지역개발 등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29일 중국의 서부대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현대차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물류비용, 시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 중국투자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현대는 베이징에만 3개 공장을 운영중이며 서부에 제4공장을 건설할 경우 중국 서부는 물론 중앙아시아 시장까지 커버할 수 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이날 "대통령이 노력하신 만큼 중국 사업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LG그룹은 이미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LG전자 등 34개의 생산법인을 중국에서 운영중이며 중국을 생산기지나 조립공장 정도로 보는 수준에서 탈피해 중국을 본거지로 해 중국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SK그룹은 28일 한중 수교 이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기업 최초로 중국의 최대 석유화학 합작 파트너가 됐다.

SK는 중국 최대 석유기업 시노펙(Sinopec)과 합작계약 서명식을 가져 이 회사를 파트너로 중국내 석유화학사업을 펴나갈 수 있게 됐다.

우한 프로젝트로 명명된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면 후베이성 우한(武漢)시 나프타 분해시설 건립에 3.3조원을 투자해, 올 하반기부터 에틸렌 80만톤,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같은 기초 원료제품 250만톤을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지분 투자율은 SK 35%, 시노펙 65%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이 상당한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이밖에 중국 우시 반도체공장 미세공정 전환, 베이징자동차그룹과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 등 굵직한 사업을 성사시켰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 105개와 백화점의 잇따른 진출로 투자액이 적지않고 CJ그룹과 이랜드그룹 등 다른 대기업들도 전방위적으로 중국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한국 vs 중국.. 투자 빈익빈 부익부

기업인에게 중국은 꿈의 무대이자 수익을 보증하는 '약속의 땅'이다. 거대한 땅 덩어리에 15억명에 이르는 인구가 몰려 있는 지상 최대의 단일시장으로 인구수만 놓고 보면 미국과 유럽연합의 4배를 넘는다.

GDP규모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정부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서부 대개발이 어느 정도 이뤄져 동서간 소득격차가 줄어들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 추월은 시간문제다.

잠재된 구매력이 워낙 큰 시장이라 어떤 기업이든 중국으로 진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내에서는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중국으로 진출할만한 기업은 이미 다 진출한 상태이고 중국에서의 사업도 일정 궤도에 오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국의 서부개발 분위기를 타고 기업들이 제 2의 중국진출붐이라고 할 정도로
공격적인 대중국투자에 나서거나 투자계획을 세우는 등 중국투자가 눈에 띠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대규모 사절단을 꾸렸기 때문에 현재 진행중인 대중국투자가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났을 뿐 이미 기업들의 투자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여전히 국내에 비해 싼 노동력과 투자비의 메리트가 유효하고 워낙 시장규모가 커 시간문제일 뿐 투자는 곧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확신, 시장잠재력 등이 중국으로 중국으로 투자가 몰려드는 이유이다.

반면 지가상승과 고임금, 노동문제, 유무형의 규제 등 한국내 기업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가 중국으로 편중되는 현상이 지속되자 국내에서는 산업공동화의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투자가 줄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사내에 500~700조원의 유보금을 쌓아놓고도 국내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없다. 국내시장만 보고 거액을 투자할 경우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고 해외에 물건을 내다팔 바엔 현지에 공장을 짓고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강한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기업이 새로운 투자를 꺼리다 보니 우리 경제의 활력도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고 최근들어서는 성장도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용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에서 새로운 공장이 지어지지 않고 설사 지어지더라도 기계화공정이 들어서면서 고용없는 성장이란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이런 사정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동행한 대규모 중국경제사절단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만은 않은 이유다. 기업이야 투자한 만큼 이윤을 뽑아낸다지만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중국에만 투자한다면 국민경제는 더욱 나빠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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