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간부의 딸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15년을 복역한 정원섭(77)씨가 국가로부터 26억 원의 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박평균 부장판사)는 정씨와 가족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6억 3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관들이 강압수사와 고문 등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증거를 조작하는 등 위헌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이는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또 "정씨는 극한의 고통을 당하면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40여년동안 사회적 냉대를 받아왔다"면서 "가족들 역시 흉악범의 가족이라는 차가운 시선 속에 동네를 떠나 흩어져야 했던 사정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1972년 9월 강원 춘천 시내에서 당시 춘천 파출소장의 9살 난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건발생 당시 내무부는 이 사건을 '4대 강력사건'으로 규정하고 시한을 정해 범인을 검거하라는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다. 경찰은 정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가혹행위를 통해 자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