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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석 미스테리부터 서호 교체까지 '국정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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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고비 때마다 靑에 보고서 올려

 

"지금 대북정책의 키는 통일부가 아니라 국가정보원이 가졌다"

한 전직 고위관리의 말이다. 국정원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힘'을 발휘하면서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뒤로 물러난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인사의 형식으로 드러난 사건이 바로 '최대석 미스테리'와 최근 '서호 단장 질책성 교체설'이다.

임명 엿새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최대석 전 인수위원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수 년 동안 대북정책을 논의했던 인물이었다. 대북 온건파로서 평판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등을 지내면서 관련 경험도 풍부했다.

최 전 위원은 대선 기간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가미래연구원 내에서도 대북정책에 있어 인정을 받는 분위기였고, 통일부 장관 하마평에는 일찌감치 오르내렸다. 최 전 위원이 통일부 장관이 될 경우, 남북 관계가 경색됐던 이명박 정부보다는 훨씬 유연한 태도를 취할 거라는 전망이 높았다.

제동이 걸린 것은 국정원의 보고서였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 국정원은 부처 성격상 '매파(강경파)'인데, '비둘기파'인 최 전 위원이 "부적절한 대북 접촉을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당시 박 당선인에게 올린 것이다. 이때 국정원 보고서는 최 전 위원의 과거 대북지원단체 활동까지 일일이 첨부해, 그가 마치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인양 묘사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관가에서는 국정원이 '비둘기파'의 정부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일찌감치 작업을 시작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지금까지 류길재 장관 체제에서 통일부는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는 등 주도권을 상실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류 장관은 미래연 내 외교안보팀에서도 막내 격이었다. 이 때문인지 현재 대북정책은 북한을 대화 상대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통일부보다는 '북한은 일단 주적'이라고 생각하는 국정원에 더 가까운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인식이 다시 한번 드러난 사례가 서호 남북실무회담 단장 교체 사건이다. 서호 단장은 1,2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이끌었지만, 3차 회담을 목전에 두고 실무회담 대표가 바뀌었다. 통일부 안팎에서는 "서호 단장이 북측과의 협상에서 강하게 나가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았고 결국 대표가 바뀌게 됐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통일부는 내부 승진인사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서 단장의 '고압적이지 않은 태도'가 청와대로부터 지적을 받았다는 얘기는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이 확인해줬다. 통일부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서 단장이 회담장에서 웃으면서 덕담도 하길래, '저렇게 지난 정부에서 하던 방식으로 하면 청와대가 좋아하지 않을텐데'라고 걱정했었다"며 "아니나 다를까 회담대표가 바뀌더라"고 말했다.

실무회담 대표 교체가 회담이 있은 지 이틀쯤 지나 결정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한에서 회담을 할 경우, 우리 쪽은 음성만 들을 수 있지 화면은 볼 수가 없다. 따라서 개성공단에서 이뤄진 지난 회담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현장의 보고서가 있어야 한다. 이 '시차'를 메워줄 만한 곳, 국정원이다. 국정원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단장 교체는 서 단장의 태도를 지적한 국정원의 보고서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임 김기웅 단장은 서 단장에 비해 매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등 매파와 입장을 같이 하는 김장수 통일안보실장과도 인수위 시절 가까이 지냈다고 전해진다. 실제 김 단장은 3차 회담에서 북측 박철수 단장과 회의실에서 악수조차 하지 않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 정부 당국자는 "현재 상황에서 김 단장은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하는 처지가 아니겠냐"며 "단장이 바뀌는 방식을 보면, 김 단장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북정책에서 국정원의 손을 들어줄 때마다, 통일부의 역할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북한 전문가는 "지금 통일부는 역대 최저였다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힘이 더 없는 것 같다"며 "5차 실무회담에 대한 기대도 크게 갖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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