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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우익으로 치달리는 까닭은?…'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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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신조 총리가 본격적인 보수우익 행보를 시작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 간담회’를 열겠다는 것.

일본은 헌법 9조에 ‘전쟁의 포기, 군사력 보유 불인정, 교전권 불인정’을 밝히고 있다. 다만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 한해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만 허용이 된다. 동맹국이 공격을 받거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될 때에도 헌법 9조에 따라 일본은 동맹국을 위한 집단자위권을 동원할 수 없다. 그것이 집단자위권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금까지의 해석이었다.

강경우익파인 아베 총리는 안보 환경이 달라지면 국가방위를 위해 해석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각 법제국을 중심으로 한 반대는 강하다. 헌법해석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면 법질서가 붕괴되니 필요하면 국민의 뜻을 물어 헌법을 개정하라는 것이다.

사실 아베 총리는 해석만 달리 하는 것으로는 성에 안 차는 인물. 군사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고쳐 국방군 창설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나 연립여당의 공명당마저도 해석변경, 헌법개정 모두반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또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이 승리를 거둔 것은 국민이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기부양, 고용창출을 기대해서지 우경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헌법개정은 물론 해석변경 추진도 야당의 동의,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여당 내부에서도 갈라지는 판국이니 올인하기 어려울 듯싶다. 다만 경제살리기에 나서면서 박자를 맞춰 헌법재해석, 헌법개정을 타진해 갈 공산이 크다.

국제사회도 일본 망령에 다시 시달리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 보수우익이란 국가의 부흥과 동맹국과의 우호관계 유지에 공을 쏟는 것이 기본성향이다. 중국.북한에 맞서려면 한국.미국의 협조가 필요한데 동맹에 큰 문제가 생길 일을 쉽게 벌이지는 못할 것이다.

'아베노믹스'를 앞세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참의원선거 홍보 포스터 (도쿄=김민수 기자)

 

아베의 끈질긴 군사대국 추구와 우익적 성향은 과거청산의 미흡에서 비롯된다. 2차 세계대전 후 전쟁범죄의 책임을 물어 처단했어야 할 일본군부와 정치인들을 일본과 미국이 짜고 대충 처리하며 일본왕과 핵심두뇌들을 처벌에서 제외했다. 이들이 슬그머니 복권되면서 권력주도층으로 복귀했다. 더구나 일본은 세습정치가 강하다. 아베, 사토, 기시 가문이 정치세습 3대 가문. 결국 이들과 그 후손이 군국주의의 과거를 옹호하며 망언.망동을 일삼고 있는 것.

아베 총리의 경우는 외할아버지가 일본 괴뢰국인 만주국 고관을 지낸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다. 우리나라 자유당 정권 말기에 일본 총리를 지냈다. 일본은 영토확장의 교두보로 만주를 주목하고 만주사변을 일으켜 괴뢰국인 만주국을 세웠다. 구미 제국주의를 아시아 민족이 단결해(오족협화 - 일본·조선·한·만주·몽고) 함께 막아내고 아시아인의 대동을 이루자는 것.

조선의 젊은이들은 인생 성공과 신분상승의 기회가 막혀 있던 차에 만주국 건설과 일본의 전쟁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기시 노부스케의 강력한 통제국가의 모델을 이 때 배워(1961년 일본 수상관저 만찬회에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이런 줄거리를 묘사한 책 중에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이 유명하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한 표현이 ‘귀태’였던 것) 개발독재에 접목시킨 것으로 역사가들은 해석한다.

아베의 우익 행보와 관련해 주의 깊게 지켜 볼 문제로는 아베 총리와 일본 왕의 묘한 긴장 관계가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아버지 히로히토 일왕과는 크게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1992년 중국을 방문해 과거사에 유감을 표시했고 2005년에는 미국령 사이판을 찾아 오키나와인과 한국인 전몰자 위령탑에 참배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에 갔을 때도 “우리나라로 말미암은 불행한 시기에 귀국 여러분이 고통을 맛본 걸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길이 없다”라고 밝혀 ‘통석의 념’을 유행어로 만든 장본인. 아키히토 일왕은 아버지 히로히토 일왕의 전쟁 책임을 조용히 수습하면서 황실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회복시켜 현재 일본 좌파.우파 양측으로부터 지지와 존경을 받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런 아키히토 일왕을 정부 주최 우익 성향의 집회에 참석시키는 등 왕의 권위와 국민 지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기를 쓰는 중이다. 일본 지식인들은 아베 총리의 이런 정치적 술수에 대해 비난하며 경계한다.

또 다른 이슈는 아베 총리가 우익의 힘을 결집해 낼 때의 문제이다. 가장 용이한 것은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워 군비증강을 꾀하고, 집단자위권 행사의 명분을 삼을 것이다. 전투 참여를 내세울 수 있고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일본도 강력한 미사일과 핵을 갖자고 할 수도 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연쇄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군비증강을 가져 오게 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그리고 인도까지 영향을 받는다. 전 세계 무기거래 중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상승하고 있는 이 때 아베의 행보는 아시아 무기수입에 폭발적인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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