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제 4전이 열린 3일 강원도 태백레이싱파크. 이번 경기는 '나이트 레이스 위드 록'이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야간 레이스와 함께 록 밴드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한여름 밤의 모터스포츠 축제'를 이뤘다.
오후 1시부터 각 클래스 예선이 시작됐고, 드리프트와 그리드 이벤트 등이 열리며 팬들을 불러모았다. 이후에는 박성욱, 김한봉, 심상학, 김정수 등 8, 90년대를 주름잡았던 레이서들의 '레전드 매치'에 이어 한국 모터스포츠 1세대 윤철수의 27년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은퇴식까지 열려 의미를 더했다.
레이스 자체도 사상 첫 야간 경기가 펼쳐진 지난해보다 흥미로웠다는 평가다. 비까지 내려 젖은 노면이라는 변수까지 작용하면서 더 박진감이 넘쳤다. 지난해 나이트 레이스 슈퍼6000클래스 우승자이자 베테랑 김의수(CJ레이싱)는 선두 싸움을 하던 중 충돌 사고로 리타이어하기도 했다.
결승 레이스 사이에는 트랜스픽션, 슈퍼키드, 포스트패닉, 브로큰발렌타인 등 쟁쟁한 록 밴드들의 공연이 신나게 펼쳐졌다. 7000여 팬들은 빗속에서도 레이스와 함께 빠른 비트의 록 음악을 즐기며 한여름 밤 태백의 정취에 한껏 빠졌다.
GT클래스 2위를 차지한 유명 래퍼 겸 레이서 김진표(쉐보레 레이싱)는 경기 후 "야간 레이스에 많은 관중까지 찾아 정말 재미있었다"고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소감을 밝혔다. 기존 텅빈 관중석에서 경기할 때와 달리 '할 맛'이 났다는 것이다. 이어 김진표는 "밴드 공연 등 다양한 놀이가 있어 모터스포츠 만의 독특한 문화가 생겼고, 전망도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T 클래스 우승자 이재우(쉐보레 레이싱)도 "야간 레이스에 대한 조명 준비를 잘 했다"면서 "어두움 때문에 경기하는 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대형 크레인 등 조명을 지난해 첫 대회보다 2개를 더 늘렸다.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다양한 행사와 레이스 시설 등의 준비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작 경기 운영이 '옥에 티'였다. 대회 하이라이트인 슈퍼6000, GT클래스 결승전이 문제였다. 모호한 SC(세이프티 카) 발령 상황은 물론 그에 따라 야기된 혼란을 막지 못했다. 슈퍼6000과 GT클래스 경기가 함께 치러지면서 SC 상황에서 경주용 차량들의 랩 차이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슈퍼6000클래스 2, 3위 비디오 판독로 GT클래스까지 공식 결승 기록은 4일 오전에야 나왔다. 자정이 넘어서까지 현장에서 기사를 작성하던 취재진은 망연자실한 가운데 노트북을 접어야 했다. 한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잘 차려놓은 밥상을 오피셜(운영요원)이 망쳤다"면서 "20년 넘게 경기를 봐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혀를 찼다.
국내 모터스포츠 중 유일하게 야간에 열리는 CJ헬로비전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나이트 레이스. 한여름 밤의 모터스포츠 축제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적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