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갈 길 간다' 올 시즌 중후반까지 2위를 달리며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앞두고 있는 LG 김기태 감독.(자료사진=LG 트윈스)
프로야구 LG-롯데의 경기가 열린 8일 잠실구장. 경기 전 김기태 LG 감독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었다.
7일까지 52승35패, 승률 5할9푼8리로 승리가 17경기나 더 많았다. 1위 삼성과 2경기 차, 5위 롯데와 6경기 차. 이 정도면 숙원이던 11년 만의 가을잔치가 보일 만도 싶었지만 김감독은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해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단 김감독이 어느 정도 가을야구를 예상할 시기는 향후 14경기를 치른 뒤다. 7일까지 87경기를 치른 가운데 100경기를 넘긴 뒤에야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감독은 "그때쯤 되면 (포스트시즌을 위해) 승부를 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LG는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0년 동안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 잘 나갔다가도 후반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다.
올해도 시즌 초반 잘 나갔던 KIA가 6위까지, 중반까지 선두권이던 넥센이 4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자칫 연패라도 찾아오면 LG도 지금 순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LG 역시 후반기 두산에 위닝시리즈를 내주고 한 차례 위기가 오기도 했다.
자칫 연패라도 온다면 지금 순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동안 LG의 행보를 지켜봐온 팬들도 기대 속에 가슴을 졸이며 레이스를 지켜보고 있다.
그렇다고 선수단이 불안한 상황은 아니다. 김감독은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불안한 부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혹시라도 팀이 흔들릴까 하는 우려보다 자신감이 묻어나는 어투였다.
다만 김감독은 "아무래도 부상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은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나가는 팀이라도 부상 악령이 몰아치면 수가 없다. LG도 포수 현재윤과 최경철이 부상으로 빠져 있고, 왼손 투수 벤자민 주키치도 2군에 내려가 있다. 그러나 LG의 최근 기세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고 있다.
LG는 8일 경기에서 롯데에 아쉽게 4-5로 졌다. 그러나 흔들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오지환과 손주인 등이 잇딴 호수비를 펼쳤고, 7회 2점을 내며 1점 차까지 따라가는 등 경기 내용은 호평을 받을 만했다. LG가 못했다기보다는 롯데가 잘했다.
1위 삼성과 3경기 차, 3위 두산에 2.5경기 차가 된 LG. 김기태 감독은 "내일 더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자만도, 불안도 없이 묵묵하게 가을야구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LG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