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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속 택배기사들 "기피 일순위는 車없는 A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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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수레 끌고 이 동 저 동 전전…쿨비즈룩은 '딴 나라 얘기'

"요새는 옷을 두 벌씩 갖고 다녀요. 오전에 땀 흘리고 오후에 또 땀 흘리니까…”.

택배 기사들은 여름이 두렵다. 35도 안팎을 넘나드는 올 여름은 더더욱 두렵다.

푹푹 찌는 열기 속에서 숨가쁜 일과를 나면 택배 기사들의 작업복은 그야말로 땀에 절어 너덜너덜해진 상태.

"원래 여름과 겨울은 힘들다"지만, 끝이 보이질 않는 올해 폭염은 그저 한숨만 나오게 한다.

서울 서초구의 한 '차 없는 아파트' 단지의 모습. 제한 높이가 2.3m다.(CBS노컷뉴스 전솜이 기자)

 

◈ '차 없는 아파트'…여름철 택배 기사는 곤욕

"차 없는 아파트요? 어마어마하게 힘들죠. 쓰러질 것 같아요".

택배 기사들의 기피 일순위는 단연 '차없는 아파트'다. 아파트 지상을 공원처럼 꾸미고 지상 주차장을 없애 말 그대로 지상에 차가 없게 조성한 아파트 단지들이다.

최근 신축된 아파트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차 없는 아파트'에서 차량은 지하로만 다녀야 한다. 문제는 지하 출입 제한 높이보다 택배 차량 높이가 더 높은 경우가 많아, 택배 기사들 입장에선 아예 출입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

보통 '차 없는 아파트'에서 제한하는 차량 높이는 2.3m인 경우가 많은데, 택배 차량의 높이가 2.3m에 달하다보니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

가까스로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 높이라 해도 '지하주차장 내 형광등이 깨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아파트 단지에서 아예 택배 차량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경우 꼼짝없이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운 뒤, 수레에 물품을 싣고 아파트와 차량을 여러 차례 오가며 물품을 배달하는 방법 외엔 달리 없다.

택배 기사 김대기(41) 씨는 "차 없는 거리, 아파트 한다고 택배 차량을 금지시키니 그 아파트 단지를 그냥 걸어서 다닌다"며 "수레 끌고 두 개 동 정도 (배달)하고 또 차로 와서 다시 이동하고,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정상적으로 배달을 못 한다"고 했다.

그나마 동과 동 사이가 가까우면 다행. 아파트 동 사이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기라도 하면 그만큼 햇빛과 더위에 노출되는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차 없는 아파트'는 무더위에 생고생하는 택배 기사들에게 때로는 수치심을 안겨준다.

김 씨는 "더운 것도 더운 거지만, 공원처럼 해놔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그 옆에서 수레를 끌고 다니면 솔직히 자존심도 엄청 상한다"고 털어놨다.

◈ "반바지 못 입어"…계단 없는 저층 건물도 '고역'

요새 사무실에선 반바지에 시원한 소재로 된 셔츠를 입는 '쿨비즈룩'이 유행이라지만, 택배 기사들에겐 그저 '딴 나라 얘기'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고객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면 안 되기에, 업체들이 반바지 착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종일 무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돼있는 택배 기사들의 작업 환경을 살펴보면 택배 기사야말로 '쿨비즈룩'이 절실한 형편이다.

김 씨는 "자기 차에 물건 싣는 작업을 하러 오전 7시까지 터미널에 나오는데, 이 작업만 기본적으로 4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물건을 노상에 깔아놓은 뒤, 서 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물건이 오는 걸 받고 옆으로 주면서 움직이는데 천막 같은 게 있다고 해도 여름엔 힘들다"는 것.

택배 기사 이상용(42) 씨도 "물품 분류 작업하는 곳은 외부에 노출돼있으니 에어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 해야 선풍기 정도인데 더울 수밖에 없다"며 "그냥 걸어 다녀도 땀을 흘리는데 이건 외부에 있다 보니…"라며 답답해했다.

오전 내내 땡볕에서 분류 작업을 끝내고 나면, 오후부터는 곧바로 물건 배달에 나서야 한다.

하루 200개 물량을 맞추려면 2분에 하나씩 배달해야 하는데, 뜨거운 날씨에 불쾌지수까지 높은 여름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나마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은 양반. 엘리베이터가 없는 저층 건물은 택배 기사들에겐 그야말로 고역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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