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자료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가 스스로 무너졌다. 마치 더위를 먹은 듯 어이 없는 실수를 연발했다.
롯데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4연패를 당한 롯데는 45승2무43패를 기록, 이날 경기가 없었던 4위 넥센(48승2무41패)과 격차가 2.5경기로 벌어졌다. 두산은 50승(2무40패) 고지를 밟으면서 3위 자리를 지켰다.
더운 날씨 탓이었을까. 초반부터 롯데의 어이 없는 실수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기록된 실책은 하나였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연거푸 나왔다.
먼저 2회말 1사 후 두산 이원석의 타구가 2루수와 우익수 사이로 향했다. 2루수 정훈과 우익수 손아섭이 달려갔지만 야속하게도 타구는 사이에 뚝 떨어졌다. 문제는 2루수 정훈이 떨어진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 이원석은 빈 틈을 놓치지 않고 2루까지 내달렸고, 보이지 않는 실책과 함께 2루타로 기록됐다.
실수는 다른 야수들에게도 전염됐다.
이번에는 유격수 문규현이었다. 3회말 무사 1루에서 임재철의 타구를 잘 처리했지만 무리하게 2루 승부를 했다. 1루 주자 이종욱이 이미 2루에 다 왔고, 2루수 정훈의 커버도 늦은 상황이었다. 이종욱이 2루에서 세이프되면서 순식간에 무사 1, 2루가 됐고, 결국 롯데는 이어진 희생번트와 내야 땅볼로 선취점을 내줬다. 야수 선택으로 기록됐지만 사실상 실책이나 다름 없었다.
3루수 황재균마저 본 헤드 플레이로 김시진 감독의 속을 태웠다. 4회말 선두 타자 이원석의 타구가 3루 베이스를 맞고 뒤로 흘르면서 2루타가 됐다. 어쩔 수 없는 타구였지만 이후 느슨한 플레이가 문제였다. 좌익수 정보명이 타구를 잡은 뒤 던진 공을 잡은 것이 바로 3루에 있어야 할 황재균이었다. 3루는 당연히 비어있었고, 이원석은 3루에 무혈입성했다. 1사 후 양의지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추가점이 나왔다.
연이은 실책 속에 잠실구장의 라이트마저 롯데 수비를 외면했다. 6회말 양의지의 타구를 우익수 손아섭이 몸을 던져 잡으려 했다. 하지만 라이트 속으로 사라진 공은 손아섭의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롯데는 0-2로 뒤진 8회초 2사 1루에서 대타 박준서의 투런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어진 8회말 수비에서 곧바로 1점을 주고 졌다. 이래저래 실책이 뼈아픈 롯데였다.
반면 두산은 호수비로 선발 이재우의 짐을 덜어줬다.
1회초 선두 타자 황재균의 타구를 우익수 민병헌이 다이빙 캐치로 잡았고, 2회초 선두 타자 전준우의 타구를 중견수 이종욱이 몸을 날려 막았다. 또 5회초에는 강민호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오재원이 잡아내 1루에서 아웃시켰다. 6회초 1사 1, 2루 위기도 유격수-2루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로 막아냈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 했지만 이재우가 5⅓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