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3일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지만, 정작 법무부 감찰관은 해외 출장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총장 감찰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이 법무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촉발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사정기관의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더 이상 논란을 방치할 수 없다"며 "조속히 진상을 밝히기 위해 법무부 감찰관으로 하여금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안장근 감찰관은 지난 7일부터 북유럽 사법제도를 견학하는 차원에서 해외출장 중이다. 이번 주말에야 입국이 예정돼 있다.
안 감찰관은 검찰 역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총장 감찰을 총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감찰 착수 결정에도 깊이 참여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전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는 법무부의 해명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충분하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감찰관도 없는 시점에 굳이 감찰 착수를 발표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무부 내부에서 논의 끝에 이루어진 결정이라기 보다는 윗선의 결정이 하달됐기 때문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도 "감찰관은 독립기관인 감사원 출신이 맡는데, 이번 건으로 결국 형식 뿐인 독립이라는 걸 확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채 총장은 전날 혼외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가 정정보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및 중재 절차를 뛰어넘어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의혹제기가 '검찰 흔들기'라고 보고 정공법을 택한 것이었다.
안그래도 채 총장은 국정원의 댓글 선거개입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뜻이 맞지 않은 것을 두고 경질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었다. 이 시점에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했고, 채 총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 날 황 법무부 장관은 감찰 지시를 내렸다. 감찰관의 출장 중에 발표에 나설 정도로 급한 결정이었다. 채 총장의 낙마를 위해 조선일보와 법무부가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셈이다. 청와대 외압설이 나오는 것도 이 맥락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여성이 "사실이 아니라"며 노출을 꺼리는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