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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8곳 안팎으로 예상되던 10월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이 2~4곳 정도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대법원이 공직선거법을 어기면서까지 확정판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경기 화성갑(새누리당 고희선, 사망)과 경북 포항남·울릉(무소속 김형태, 당선무효형 확정) 등 2곳뿐이다.
당초 경북 구미갑(새누리당 심학봉), 경기 평택을(새누리당 이재영), 인천 서구·강화을(새누리당 안덕수), 경기 수원을(민주당 신장용), 충남 서산·태안(새누리당 성완종), 전북 전주 완산을(민주당 이상직), 인천 계양을(민주당 최원식)도 재·보선 가능 지역으로 거론돼왔다. 이들 지역구는 9월말까지 당선무효형이 확정돼야만 재·보선에서 포함된다.
해당 지역구는 일찌감치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돼 대법원의 확정판결도 9월 중 나올 것으로 점쳐졌다. 전주 완산을과 인천 계양을만 빼고 대부분이 1·2심 내내 당선무효형으로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구미갑 7개월, 평택을 6개월 등 2심으로부터 3개월 이상 지난 이들 재판에 대해 아직 선고기일도 잡지 않았다. 대법원 일정상 추석연휴가 끼어 있는 9월은 26~27일 중에나 재판이 가능하다. 그때 선거사범 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관례대로 2주전인 지난주까지는 재판 당사자에게 선고기일이 통보됐어야 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일주일 전에도 선고기일 통보를 하면 재판이 가능하다. 선고기일 책정의 '마지노선'을 연휴 전인 17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기한 내 확정판결이 나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앞서 확정된 다른 사건들과 달리 사안이 복잡하고 쟁점이 많아 부득이 하게 기한을 넘길 수도 있겠다"고 전망했다.
이런 기류라면 대다수 재판의 확정이 10월 이후로 미뤄지고, 해당 지역구의 재·보선도 내년 7월로 늦춰지게 된다. 당선무효일지 모를, 애초부터 자격이 없었을지 모를 의원들의 정치적 수명을 대법원이 연장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늑장 재판은 현행법 위반이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못박았다.
물론 늑장 재판은 선거사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그동안 형사 4개월(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민사 5개월(민사소송법 제199조) 등 다른 사건에 대한 법정 선고기한도 철저히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이라는 하소연은 법률 위반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강하게 표현하자면 직무유기에 가깝다"며 "선거 재판은 특히 국민의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할지를 가리는, 중요하고 화급을 다투는 문제다. 법원은 이를 다른 사건들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줘야 될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법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도 "최고 법원인 대법원 스스로 법을 어기고, 행여라도 정치적 고려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고를 늦추거나 당기는 것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