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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던 '김한길의 환갑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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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이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부인 최명길 씨가 가져 온 미역국을 맛보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조촐한 생일잔치였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7일 서울광장에서 환갑을 맞았다. 전날 3자회담을 마친 뒤 다시 천막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부인 최명길 씨가 오전 11시쯤 첫째아들인 어진(16)군과 함께 천막을 찾았다. 넓은 쟁반을 감싼 빨간 보자기 안에는 미역국과 갈비찜, 조기구이가 담겨 있었다.

모처럼 재회에 내외는 반갑게 포옹을 나눴다. 제법 자란 수염과 줄무늬 티셔츠로 되돌아간 김 대표의 '노숙 차림'을 최씨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김 대표는 그런 최씨의 등을 몇번이고 토닥였다.

김 대표는 "성장과정이 유복한 편이 못 돼 생일을 챙기지 않았는데 결혼한 이후부터 집사람이 알려주니까 생일인가보다 알고 지낸다"고 말했다. 예순번째 생일을 이렇라도 챙겨준 부인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사진=황진환 기자

 

김 대표가 손사래를 치며 맨 끝에 앉으려던 최씨를 자신의 옆자리로 안내하자 당직자들은 준비해둔 케이크를 꺼내왔다.

천막을 함께 지키던 20여명 안팎의 동료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생일축가를 불러주었고, 선물도 건넸다.

특히 당대표 비서실 직원들은 장기화될 장외투쟁을 염려한 듯 털모자와 장갑을 김 대표에게 선물했다. 김 대표는 멋쩍은 듯 웃어보였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김 대표는 "제 생애 중 가장 많은 분들의 관심을 모으고 축하를 받는 생일 같다"면서 "천막에 나와 있으니 이런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지만 우리가 천막에 나와있는 이유이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을 우리가 해내야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17일 오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이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당직자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추석 연휴에도 노숙 투쟁을 이어가는 김 대표는 추석 당일 차례만 서울에 있는 형님 집에서 간단히 지낼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가 천막당사를 찾아 김 대표의 생일을 축하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예고 없이 천막을 불쑥 찾았지만 김 대표 대신 현장에 있던 유성엽 의원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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