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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농락하는 035 음란전화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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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칩 없는 미개통 전화, 112 장난전화에 악용

 

"나 잡아봐라~"

지난 8월 경기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에 '035'으로 시작되는 전화가 걸려왔다.

"야! 빨리 여자 경찰 바꿔! 이XX들아."

벌써 174번째. 전화의 목소리는 남자 경찰관에겐 욕설을, 여자 경찰관에게는 음란한 말을 쉴새없이 내뱉었다.

음란전화는 지난 1월부터 시작돼 7개월 동안 무려 1만 번 넘게 계속됐다. 음란 전화 탓에 직원들은 제대로 신고를 접수받기는 커녕 전화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장난 전화의 주인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 목소리'의 발신 번호는 미개통 단말기로 전화를 걸 때 나오는 '035'였기 때문.

현재 통신사들은 휴대전화 서비스를 해지해도 범죄 신고나 화재 신고 등 긴급 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미개통 단말기의 경우, 유심칩이 없어 발신 번호나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112나 119에 장난 전화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음란전화의 주인공도 이처럼 휴대전화의 긴급 전화 시스템을 악용한 사례.

112 상황실 여경의 기지로 7개월 만에 덜미가 잡힌 이모(26)씨는 유심칩을 제거한 휴대전화 3대를 돌려가며 경찰에 장난 전화를 걸다 결국 구속됐고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물어야 할 처지가 됐다.

20일 경기청에 따르면 112 신고를 통해 들어온 미개통 단말기 035의 신고 건수는 모두 2만 5019건.

올해 1월 1천 562건에서 4월 3천 417건, 6월에는 무려 6천 734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유심칩 미장착 신고 전화의 대부분은 현장 조치가 필요없는 상담 위주로 경찰은 이들 신고를 '코드 3'으로 분류해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035 오인·장난신고가 늘어나면서 접수 요원들이 즉시 출동이 필요한 '코드 1'과 같은 긴급한 사건에 전념하는 걸 방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경찰은 112 시스템 통합 표준화 사업을 통해 035로 걸려오는 전화의 경우 안내멘트를 넣어 허위 신고로 인한 인력 낭비를 줄이고 있다.

긴급 전화 악용 사례는 119도 마찬가지. 종종 미개통 단말기로 신고 전화가 들어오지만 제대로 된 신고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긴급 전화가 걸려올 때가 있지만 대부분이 정말 신고가 되나 호기심에 눌러보거나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눌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112 상황실은 병원으로 치면 응급실인데 감기 환자부터 꾀병 환자까지 들어오다보면 정작 급한 환자는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할 때가 있다"며 "호기심에 누른 장난 전화의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장난이더라도 경찰 행정력이 위급한 상황에 발휘되지 못한 만큼 형사상 책임뿐 아니라 민사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며 "장난 신고를 자제하고 일반 상담의 경우 경찰 민원 상담인 182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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