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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엽기' 범죄…인천 과외제자 살해사건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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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 부적절한 관계 은폐 위해 조직적으로 벌인 잔혹한 범죄
제자에게 세정제까지 먹이려고…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인천 과외 제자 살해사건'의 피고인들이 제자를 폭행한 혐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제자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서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27일 인천지방법원 형사13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차 공판 기일에서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과외교사의 친구 A(28·여) 씨와 A 씨의 남자친구 B(29) 씨의 변호인은 "끓는 물에 의한 화상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면서 "피고인들의 폭행에 의한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자신들은 과외 제자의 직접 사망 원인과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은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 등 공소사실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왜 끓는 물을 부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과외교사인 C 씨는 "과외 기간 내내 마음대로 외출도 못 하는 등의 이유로 늘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며 "생수를 끓여 마시기 위해 항상 물을 끓이고 있었는데 D 군이 물음에 엉뚱한 대답을 해서 끓는 물을 부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당시 C 씨는 'D 군이 성폭행을 하려고 해서 정당방위 차원에서 뜨거운 물을 끼얹었다'고 진술했다.

그뿐만 아니라 C 씨 등은 D 군이 성폭행을 하려 했다며 연출한 반라의 동영상까지 경찰에 제출했다.

이후에는 속옷을 입은 오전과는 달리 오후에는 아예 속옷까지 다 벗은 상태로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도 재판과정에서 공개됐다.

A 씨 등 피고인들의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한 과외 교사 C(28·여) 씨는 검사와 변호인의 물음에 시종일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C 씨는 "친구(A)가 충격을 받아 '정신분열'을 일으킨 것이 모두 나 때문"이라면서 "친구를 위해 D(17·사망) 군과 함께 생활하며 과외를 가르치는 것이 힘들더라도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C 씨의 진술에 의하면 친구 A 씨는 누구든지 자신이 주는 음식을 거부하는 것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언젠가 자신이 주는 음식을 거부했던 적이 있는 C 씨 앞에서 A 씨는 약까지 먹는 모습을 보였고 C 씨는 친구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아예 A 씨의 노예나 다름이 없었다.

C 씨를 통해 늘 D 군을 감시해야 하는 A 씨는 친구 C 씨가 잠깐이라도 D 군 곁을 떠나면 불안해하며 화를 내는 등 과민 반응을 보여 C 씨는 외출마저 자유롭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C 씨는 "가르쳐도 학업 성적이 오르지 않자 D 군을 때렸고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만으로 D 군을 가르치기가 힘들어 A 씨 등과도 함께 가르치던 중 D 군이 말을 안 들어 때렸느냐"는 질문에는 "예'하고 말했다.

그러나 "C 씨가 시켜서 어쩔 수 없어 몇 번 때렸지만, 강도는 약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D 군을 때려놓고 서로 더 많이 때려서 피가 났다며 웃으면서 자랑하는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 기록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복원됐다.

또 A 씨가 강릉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는 이유로 원룸에서 D 군에게 세정제를 먹이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C 씨는 "D 군의 화상이 심해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려 했으나 그동안의 폭행 사실들이 들통 날까 봐 친구(A)가 거부했고 병원에도 데려가지 말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 "공부에 관심이 없는데다 머리가 나빠 암기도 제대로 못 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 등 D군을 혼자서 돌보기가 힘들었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친구 A 는 자신이 가져온 골프채와 벨트로, B 씨는 안테나로 D 군을 피가 나도록 때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A 씨는 '원이'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놓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며 C 씨를 배후 조종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원이'가 보낸 문자 내용에는 D 군을 때리라는 내용도 있었다.

C 씨는 "피고인들이 D 군을 때리라고 해서 때렸으며 이 같은 지시는 매번 '원이'의 문자를 통해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반대 심문에서 "때린 혐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부를 하게 하려 한 체벌이었으며 상처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담당 검사는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끓는 물에 의해 2도 이상의 화상을 입기 전에도 피해자를 때린 적이 있는 만큼, 원래 있던 상처로도 패혈증을 동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 수도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부검의는 '부검감정서'를 통해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화상으로 인한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검감정 결과를 밝혔다.

패혈증이란 상처 부위에 있던 세균 등이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져 번식하면서 배출한 독소에 의해 중독 증세 등으로 여러 장기에 감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패혈증은 미생물이 감염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신체의 모든 장기가 원인이 되는 감염 부위가 될 수 있다.

사체의 80%가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은 상태였고 여러 곳에 상처가 많이 나 있었다고 증언했다.

"시기를 달리하는 상처 부위를 반복해서 때려도 패혈증이 있을 수 있나?"라는 검사의 질문에는 "이미 난 상처도 감염이 되면 패혈증을 동반 할 수 있으며 상처 크기와 깊이, 개인의 건강상태와 환경에 의해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끓는 물에 화상을 입은 D 군은 C 씨로부터 스키 부츠로 얼굴 등을 맞아 머리와 왼쪽 얼굴의 살갗이 떨어져 나간 상태로 방치돼 지난 6월 29일 화상으로 인한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에 열릴 선고 기일에 D 군의 아버지를 증인으로 채택한 검찰의 증인신청을 받아 들였다.

변호인측에는 선고 기일까지 피고인이 인정하는 폭행 수위를 결정해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한편, 재판과정을 지켜본 D 군의 부모는 "피고인들의 폭력에 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진다"며 분통해했다.

D 군 부모는 또 "사건 발생 후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과외를 가르쳤던 C 씨보다 친구였던 A 씨가 제 발로 경찰을 찾아 '나는 잘못이 없다'며 먼저 변호사를 선임한 것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며 "도둑이 제 발 저리지 않고서는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인천에 있을 동안 피고인들의 철저한 감시 탓에 전화통화도 제대로 못 했다"면서 "어쩌다 전화연결이 되더라도 아들의 목소리는 힘이 없는 몇 마디뿐이었다"며 울먹였다.

검찰 수사 결과 이번 사건은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벌인 잔혹한 범죄의 전모가 드러난 엽기적인 사건이다.

특히 범행 수법 자체도 엽기적이었지만 용의자들이 조작한 증거에 수사의 결론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10대 제자의 성폭행에 따른 교사지망생의 정당방위 사건에서 교사지망생의 질투심이 빚은 단독범행으로 바뀌었다가 최종엔 제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벌인 범죄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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