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리더 강병현 (사진 제공/KBL)
전주 KCC가 프로농구 정상에 올랐던 2009년과 2011년 당시 강병현(28)은 팀 내에서 어린 선수 축에 속했다. 지금은 다르다. 군 복무를 마치고 첫 번째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 강병현의 현재 위치는 KCC를 이끌어야 하는 리더다.
강병현은 비시즌 훈련 기간동안 코치들로부터 "네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루는 천정열 코치가, 다른 날은 추승균 코치가 강병현을 불러 리더의 역할을 주문했다.
강병현은 "내가 리더가 되는 게 맞나? 형들이 있는데 그래도 되나? 그렇게 생각을 하다 코치님들의 계속된 얘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게는 큰 숙제이자 과제"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없었던 막중한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강병현은 도전을 받아들였다.
18일 오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정규리그 첫 맞대결. KCC는 1쿼터 첫 4분동안 2득점에 그쳤다. 지난 15일 모비스전에서도 초반 슛 난조가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역대 프로농구 최다 점수차인 43점차 패배로 연결됐다.
이때 강병현이 나섰다. 3점슛을 터뜨려 공격의 물꼬를 텄고 이어지는 공격에서는 동료들을 코트 구석으로 몰아넣고 자신이 직접 1대1 공격을 펼쳐 득점을 터뜨렸다. 에이스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후 KCC는 승부의 주도권을 잡았다.
강병현은 양팀 선수 중 최다인 24점을 올리며 KCC의 76-60 승리를 이끌었다. 허리 통증을 이겨내고 거둔 성과였다. KCC는 시즌 전 약체라는 평가를 뒤엎고 3승1패째를 올리며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분위기가 좋다. 앞으로 더 나아질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음 주가 되면 '필리핀의 영웅' 경희대 출신의 가드 김민구가 KCC에 합류한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뽑힌 김민구는 지난 8월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쳐 한국을 16년 만에 세계 무대로 올려놓은 주역이다.
오래 전, 강병현이 트레이드를 통해 KCC 유니폼을 입자 팀은 더 강해졌고 그 결과 2008-2009시즌, 2010-2011시즌 우승이라는 달콤함 열매를 맺었다. 이제 김민구가 그 역할을 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