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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핵연료 공장 증설, 주민 간 갈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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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무관한 합의, 주민 마찰…대전시·유성구 '중간 역할' 실종

 

대전 핵연료 공장 증설 문제가 '주민 간 갈등'으로 엇나가고 있다.

당초 제기된 '안전'과 무관하게 합의 과정과 내용이 흐르면서 주민끼리 마찰을 빚고 있는 것. 문제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 같은 상황을 불러온 지자체의 책임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 "합의하면 끝?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지난 3월 대전 유성구 핵연료 공장 증설에 반대하며 함께 나섰던 구즉·관평·전민·신성동 등 4개 지역 주민들은 반 년 만에 두 갈래로 쪼개졌다.

주민 대표로 나선 4개 동 주민자치위원회가 핵연료 공장 증설에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일부 주민들이 반발, '유성 핵연료 공장 증설을 반대하는 주민모임(이하 반대 주민모임)'을 따로 만든 것.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민 불안 등을 이유로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였던 주민 대표들은 지난달 한전원자력연료㈜와 협의회를 구성하고 동별 숙원사업 3억 원, 지역축제 행사비용 지원, 지역주민 우선 채용 등의 안을 받아들인 상태다.

정작 주민들이 호소해온 '안전'이라는 본질은 간데없다는 것이 반대 주민모임의 주장이다.

강영삼 반대 주민모임 대표는 "핵연료 공장 증설이 계기가 됐지만 핵심은 우리 지역에 밀집된 핵시설의 안전 문제"라며 "하지만 합의 내용은 안전대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민 대표로 나섰던 김명진 구즉동 주민자치위원장은 "핵연료 공장 자체는 위험성이 낮다고 하는데다 상호 대화를 통해 상생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민 대표는 "대전시와 유성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움직임 없이 시간만 계속 흐르면서 하나둘씩 합의를 하기 시작했다"는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핵시설 안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당시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주민 서명은 1만 명이 훌쩍 넘었다.

◈ 바탕은 '누적된' 불신…부추기는 대전시·유성구

지난 2000년 이후 대전에서 발생한 원자력 관련 사고는 10여 건.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만 2004년 방사능 물질이 함유된 중수 누출에 이어 2005년 연구원 주변 빗물에서 방사성 요오드 검출, 2006년 연구원 2명 피폭, 2007년 우라늄 시료 분실, 2011년 백색비상 발령 등 사고가 잇따랐다.

대전지역에 보관 중인 방사성 폐기물은 전국에서 2번째로 많다.

주민들이 공장 증설에 반대했던 바탕에 깔린 '누적된' 불신들이다.

이 같은 불신을 걷어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역 핵시설, 주민과 시민단체 등을 두루 연결할 수 있는 자치단체의 '중간 역할'이 더욱 요구됐던 이유다.

하지만 대전시와 유성구는 핵연료 공장 설립이 중앙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거리를 두면서 오히려 주민들의 '불신'을 부추기고 지역을 갈라놓는 행정을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에서 나설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주민들 간의 상황에 나서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유성구 자치행정과의 말이다. '주민끼리 해결할 문제'라는 시각이다.

윤종준 대전시 안전총괄과장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조정과 원자력안전시민협의회 확대 등을 앞으로 검토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반복돼온 논의들이다.

"관련해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항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할 상황은 못 된다. 상대편(중앙정부) 입장도 있기 때문"이라고 윤종준 과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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