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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甲' 공공기관이 숨겨오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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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 만들고, 지적재산권 강탈까지…

 

NOCUTBIZ
버젓이 유령회사를 운영한다. 지적재산 강탈에 성접대까지 받는다. 수의계약을 통해 특혜를 주고, 기업곳간은 텅 비어도 퇴직자에겐 순금을 선물로 준다. 사私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추악한 실태다. 슈퍼甲 공공기관의 실체를 추적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이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은 물론 성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기춘 민주당 의원과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일 인천공항공사 교통영업팀 직원 2명이 협력업체인 P사에 연말 회식제공을 강요해 1차로 저녁식사, 2차 노래클럽, 3차 여자 도우미에 성접대 등 3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인천지방경찰청에 입건됐다.

공사는 지난 4월 자체 감사를 통해 해당 직원 2명에 대해 각각 정직과 감봉의 징계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같은 부서와 경영관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징계조치가 내려진 5월, 공사 사장이 공석인 상태였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다.

 

박기춘 의원은 "P사가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유지해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이번 사건처럼 더럽고 추잡한 접대를 받는 인천공항의 특혜제공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불법주차대행업계를 마녀사냥식으로 여론몰이하며 대대적 단속을 해왔던 이면에는 독접업체와 검은 유착관계가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꿈의 공기업, 인천공항의 현주소"라며 "현 감사시스템의 대대적 개선이 없다면 조만간 세계 1위 부패공항으로 전락할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공기업의 '甲질'

전기ㆍ도로ㆍ수도ㆍ가스ㆍ공항서비스 등 이른바 공공재를 공급하는 기업이 있다. 우리는 이런 기업을 공공기관 혹은 공기업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총 295개다. 공기업 30개, 준정부기관 87개, 기타공공기관이 178개다. 공공기관의 의무는 값싸고 질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혈세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다수다. 공공기관이 국정감사의 대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국감에서 밝혀진 그들의 실상은 슈퍼甲이었다. 국민을 속이고 갑질을 일삼은 공공기관의 추악한 실상이 드러났다.

 


◇한국특허정보원의 일감몰아주기=한국특허정보원이 전임 원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특허정보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홍의락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특허정보원의 데이터관리센터와 특허문서전자화센터 운영에 대한 외부 용역이 특정업체에 집중됐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이들 관리 센터와 143억원 규모의 용역 업무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특허정보원은 내부 규정 상 모든 계약을 일반경쟁을 통해 체결해야 하는 데도 수의계약을 해온 것이다. 더욱이 이 업체는 전임 특허정보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곳이라고 홍 의원은 지적했다.

홍의락 의원은 "2011년 국정감사에서 같은 문제로 지적을 받고 계약 규정을 개정해 조치했다고 국회에 보고했지만 여전히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특정 민간 업체에 대해 특혜성의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낙제점 받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를 받은 기관들이 낮은 등급을 받고도 계속해서 방만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기재부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기관장이 D, E등급을 받은 16개 공공기관에서 한해 동안 쓴 업무추진비는 평균 1827만원에 달했다. 또한 경영평가에서 기관이 하위등급을 받은 16개 기관의 지난해 접대비는 총 45억원이었다.

이들 하위등급 기관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6132만원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장애인공단, 한국석유공사 등 6곳은 직원들에게 7억30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줬다.

 

특히 기관장 평가에서 'D'를 받은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은 1년 업무추진비로 3500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평균 금액보다 2배가량을 더 사용한 것이다. 역시 'D'등급을 받은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접대비로 무려 13억원을 지출했다.

이낙연 의원은 "기재부가 공공기관의 경영을 평가해 낮은 점수를 받으면 다음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처럼 기관들의 자체 연봉이나 업무추진비가 워낙 많아 성과급 제한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며 "다양한 불이익을 줘 경영평가의 효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페이퍼컴퍼니=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관련돼 곤욕을 치렀다. 정부가 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세수 마련의 제1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뒤로는 공기업의 조세회피처 이용을 눈 감아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에 대한 국감에서 "295개 공공기관 가운데 11개 공공기관이 93개 법인을 페이퍼컴퍼니로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역외탈세를 방지하자면서 역외탈세의 루트가 되고 있는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게 옳은 일이냐"고 질타했다. 현 부총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하자 "기재부나 관계당국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보고했을 텐데 왜 동의했냐"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2005~2006년에 4~5개 불과했던 페어퍼컴퍼니가 2007~2012년 급증했다"며 "조세회피처를 통해 정부가 페어퍼컴퍼니를 만들면 로맨스가 되고 민간이 하는 것은 음흉한 스캔들이 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기관이 전체 공기관의 10%에 불과하다고 별것 아니라고 보면 안된다"며 "공공성과 배치되는 정책 행위에 대해서는 점검하고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타당성 없는 국책사업에 혈세가 줄줄=11조원가량의 국책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추진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기재부가 제출한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경제적 타당성이 낮아도 무리하게 추진된 국책사업이 23개에 달했다.

조 의원측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올해 8월말까지 '타당성 없음'으로 결론이 난 23개 사업에 33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됐고 이들 사업에 총 투입된 사업비는 11조2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이들 사업은 B/C(비용/편익분석)결과가 1.0이하로 경제적 타당성이 없고 AHP 분석(정책평가) 결과도 0.5 이하로 정책적 측면에서도 사업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페이퍼컴퍼니 설립한 공기업

현행 규정에서는 B/C분석이 1.0이하라도 AHP분석을 통해 정책적 필요사업으로 판단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겨우엔 사업을 추진하더라고 실익은 없다는 얘기다. 조정식 의원은 "경제적 타당성이 낮아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4대강 사업과 같이 예비타당성조사 자체가 무력화된 사례도 있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ㆍ심의와 관련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적재산권 강탈한 공공기관=최근 남양유업, 아모레퍼시픽 등 몇몇 대기업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인천공항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청년벤처회사의 특허를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윤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7년 인천공항공사는 청년벤처회사 한매에게 '항공보안요원 교육 소프트웨어' 국산화에 성공하면 100개의 제품을 총 5억원에 구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직원 5명인 한매는 공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한 이 회사는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약 6억원의 비용을 들여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공사는 2008년 6월부터 68개 제품을 설치해서 사용하고도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게다가 2009년 6월에는 25개 제품만 구매하고 결제한 뒤 500만원인 제품의 단가를 324만원으로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공사는 공항에 총 88개의 제품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지만 63개의 제품에 대한 대금을 아직 결제하지 않은 상태이다.

 

더욱이 공사는 벤처기업인 한매 스스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어려우니 자신들이 해외 판매를 해주겠다며 업무협약 체결을 부추겼다. 그러나 당시 공사가 제시한 계약서에는 해외 판매와는 상관없는 항공보안 교육소프트웨어의 모든 사용권을 공사가 갖는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벤처기업 죽이는 인천공항공사

법적지식이 없는 한매는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의 진정성을 믿고 구두설명만 듣고 합의를 했다. 하지만 해외시장개발은 추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매는 투자비용은 물론이고 지적자산인 소프트웨어마저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이윤석 의원은 "이 소프트웨어는 직원 5명의 영세기업이 6억원 이상을 투자해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공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로 파악된다"며 "사장은 이런 공사의 비도덕적인 경영형태에 대하 철저한 진상규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연구용역 97%는 수의계약=금융위원회의 연구용역 수의계약과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금융위의 발주로 수행된 111건의 정책연구용역 가운데 108건(97.3%)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46억7430만원이다. 경쟁 입찰을 통해 체결된 계약 금액은 1억600만원(2.2%)에 불과했다.

111건의 연구용역 중 66건은 처음부터 수의계약으로 체결됐고, 42건은 경쟁 입찰로 계획됐지만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변경됐다. 이같은 수의계약의 폐해는 특정 기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일감을 받은 기관은 한국금융연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은 41건(36.9%)의 연구용역을 넘겨받았다.

특히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진행된 14건의 정책연구용역 사업중 10건(71.4%)이 금융연구원으로 집중됐고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금융연구원은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과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배출한 기관이다.

수의계약의 폐해 일감몰아주기

김기식 의원은 "금융연구원에 대한 지나친 편중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이미 연구가 완료된 연구결과 96건 가운데 절반인 48건이 '비공개'로 분류돼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금융위가 이들 연구결과를 비공개로 분류한 사유는 전체 48건 가운데 46건이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제5호를 이유로 삼고 있다. 나머지 2건은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제2호로 인한 비공개로 분류됐다. 김 의원은 "지극히 자의적이고 추상적으로 공개 여부를 가리는 것은 정보공개법 제정취지에 반하는 것이다"며 "이미 비공개 연구결과 상당수가 정책에 반영됐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가 정책연구용역 결과물을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된 공적인 자산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공무원 개인의 사유물 또는 기관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정책연구용역 사업 비용을 자기 쌈짓돈 쓰듯 한다면 향후 관련 예산에 대한 삭감 등 추가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직자에게 순금 주는 부실 공기업=160조원이 넘는 부채를 보유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이 퇴직자에게 순금 열쇠ㆍ상품권ㆍ여행비 등 1인당 최대 300만원의 기념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산업부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2012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자 357명에게 1인당 200만원의 전통시장 상품권과 100만원 상당의 국내연수 비용을 제공했다. 이 기간에 퇴직자를 대상으로 지출한 금액은 10억7100만원에 달했다.

한수원은 2012년 기준 24조7000억원의 부채를 갖고 있으며 올해 경영평가에서는 'D' 등급을 받은 공기업이다. 또한 한국전력공사는 같은 기간 퇴직자 497명에게 1인당 200만원씩 총 9억940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럴헤저드에 낭비된 국민혈세

중부발전과 남동발전도 퇴직자 1인당 200만원의 상품권을 제공했다. 서부발전은 퇴직자 35명에게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고 13명에는 300만원 상당의 순금을 제공했다. 동서발전은 200만원 상당의 순금 행운의 열쇠를 만들어 28명에게 지급했으며 지난해 9월부터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퇴직자 선물을 바꿨다.

게다가 퇴직자 50명의 공로연수 비용으로 5000만원을 지출했다.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퇴직자 11명에게 각각 270만원 상당의 금을 지급했으며 에너지관리공단도 150만원 상당의 행운의 금 열쇠를 퇴직자에 제공했다. 김 의원은 "문제가 많은 한수원은 다른 기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퇴직자 여행비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부채 더미에 오르고도 자구노력을 하기는커녕 기념품 잔치를 벌인 공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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