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버킹엄궁, 기업후원 호화 만찬행사 '구설'

영국 왕실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공식 거처인 버킹엄궁에서 후원금을 받고 만찬행사를 개최해 지나친 상업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는 지난달 30일 세계 경제인과 및 전직 정치인 100여 명을 버킹엄궁으로 초대해 만찬을 베풀었다.

만찬에는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을 비롯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라탄 타타 인도 타타그룹 회장 등 쟁쟁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로열필하모닉 관현악단과 로열발레단의 공연까지 펼쳐져 국빈급 행사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다이먼 회장을 비롯해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 기업인은 만찬 대가로 주최 측에 기부금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뒷말을 불렀다.

앤드루 왕자와 왕실을 겨냥해 국왕의 공식 거처를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왕실의 상업화도 문제지만 왕실과 기업의 지나친 유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따랐다.

영국 왕실은 지난해 런던올림픽 기간에는 주요인사 연회 장소로 세인트제임스 궁을 하루 3만 파운드에 대여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국 노동당의 키스 바즈 하원 내무위원장은 이 같은 후원행사가 왕실의 권위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례를 영국 의회를 기업 행사에 빌려주는 상황에 비유하며 "부적절한 의도를 가진 기업이 왕궁을 행사장으로 활용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왕자는 이번 만찬 행사를 기획한 데이비드 메이휴 JP모건 고문과 친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재작년까지 정부 통상대사로 활동한 앤드루 왕자는 잦은 외유로 왕실에 항공료 부담을 많이 안겨 '에어마일 앤디'라는 불명예스런 별명도 가지고 있다.

영국 왕실은 논란에 대해 앤드루 왕자는 영국 기업을 지원하는 노력에 힘쓰고 있으며 만찬 행사는 세계 최고경영자들에게 영국의 비즈니스 지원 의지를 알리는 기회로 마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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