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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스포츠레터]류현진과 커쇼, 그리고 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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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미래는 우리 손에' LA 다저스의 좌완 선발 듀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왼쪽)와 특급 3선발 류현진.(자료사진=다저스 트위터, 임종률 기자)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어제 눈발이 날리는 것 같더니 오후부터 칼바람이 불면서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덩달아 제 마음도 얼어붙게 만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정말 쓰기 곤란한 기사에 대한 명령이 떨어진 겁니다.(기자라면 몇 번쯤 경험해본 숙명일 겁니다. 더욱이 정치, 사회, 경제 등이 주요 분야인 CBS노컷뉴스에서 올림픽, 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가 아니면 보도국 회의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스포츠 기사 오더라 그냥 지나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좌완 듀오 류현진(26)과 클레이튼 커쇼(25)를 비교하라는 겁니다. 그것도 경기가 아닌 시즌을 마친 뒤 최근 행보와 관련된 주제입니다. 최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커쇼의 오지 봉사 활동에서 촉발된 일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겠죠.

난감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굉장히 민감한 부분인 데다 왕성한 자선 활동을 벌이고 있는 커쇼와 비교하는 것 자체만으로 어찌 됐든 류현진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류현진의 시즌 뒤 활동이 딱히 비판 받을 만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올 시즌 성공적인 미국 무대 데뷔 시즌을 치른 류현진 역시 나름 좋은 일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름달 같은 커쇼 옆에 세운다면 누구라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커쇼, MLB에서도 정말 드문 선수"

'선행도 에이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커쇼 부부. (자료사진=다저스 트위터)

 

커쇼는 아내와 함께 최근 아프리카 잠비아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저스도 구단 트위터에 커쇼 부부의 봉사 활동 사진을 올리는 등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봉사 활동을 떠난 커쇼는 매년 시즌 뒤 아프리카를 찾습니다. 시즌 중 탈삼진 1개 당 500달러를 적립, 매년 10만 달러 이상을 고아원과 학교 건립 등 잠비아 교육 사업에 보태고 있다고 하죠.

올해 생애 두 번째 사이영상을 받는 등 기량도 최고지만 인성도 못지 않습니다. 이런 선행으로 커쇼는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도덕적으로 귀감이 되는 선수가 받는 '브랜치 리키상'의 역대 최연소 주인공이 됐습니다.

커쇼의 선행은 MLB 어떤 선수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입니다. MLB 전문 송재우 해설위원은 "최근 미국 방문에서도 커쇼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확인했다"면서 "다저스뿐만 아니라 MLB 관계자들 모두 커쇼 얘기만 나오면 칭찬에 침이 마른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지난해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받은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송재우 위원은 "이 상은 1972년 니카라과에 지진 구호 물품을 전달하다 비행기 사고로 숨진 클레멘테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보통 선행이 쌓인 30대 중반 선수들이 받는데 20대 중반에 불과한 커쇼가 지난해 수상해 정말 놀랐다. 찾아보니 최연소더라. MLB 역사에서도 지극히 이례적인 선수"라고 말합니다.

사실 커쇼가 대단한 것은 금액 등 실질적인 기부보다 행동이라고 합니다. 혼자 돈을 내는 것은 한계가 있는 까닭에 유명 인사로서 직접 선행을 통해 주변 사람들을 움직여 기금을 조성한다는 겁니다. 송재우 위원은 "본인에게 어쩌면 가장 소중한 시간을 내서 행동한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런 면에서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진도 의미 있는 자선 활동

'나도 나름 좋은 일 한다고요' 류현진은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마친 뒤 자선 야구, 골프 대회 등 선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야구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그러면 류현진은 어떨까요? 나름 의미 있는 활동으로 훈훈한 겨울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류현진은 중곡 사회복지센터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지도했습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직접 스트레칭과 투구 폼을 선보이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앞으로 내 이름으로 된 야구 캠프를 열어 지도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26일에는 고향인 인천에 자신의 이름을 딴 야구장 건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를 딴 자선재단을 통해 본격적인 야구 꿈나무 육성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자선 야구대회와 골프대회도 열어 기금을 마련했습니다. 시즌 중에도 류현진은 모 은행 광고 모델 계약에서 추신수가 도루할 때마다 기금을 쌓듯 탈삼진 1개 당 100달러를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이만하면 류현진도 한국 야구 톱스타로서 해야 할 일은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MLB 홈페이지에도 소개된 '라면 CF'와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도 선사했습니다.

박찬호, 박지성, 박세리 등 앞선 해외파 스타들의 행보와도 비슷합니다. 경기 외적으로 자선은 물론 자신들의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류현진의 선배들입니다.

▲커쇼-김장훈, 동료 압도하는 선행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대로 커쇼와 비교한다면 아직 미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마도 커쇼 본인을 제외한 어떤 선수도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일 겁니다.

기사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중 갑자기 가수 김장훈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류현진과 커쇼 비교 기사의 해답을 김장훈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김장훈은 연예계에서 커쇼와 같은 존재입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데다 선행에 있어서는 워낙 독보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본업인 가수보다 지금은 '기부 천사' '독도 지킴이' 등으로 더 유명할지도 모릅니다.

'연예계의 커쇼?' 김장훈은 어느새 본업인 가수보다 '기부 천사' '독도 지킴이' 등 의식 있는 연예인으로 더 유명해졌다. 사진은 뉴욕 타임스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주제의 광고를 싣고 연 기자회견 때 모습.(자료사진)

 

언젠가 모 TV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김제동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기부를 해왔는데 김장훈의 기부 액수와 횟수를 보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털어놓은 겁니다. 여기에 김장훈의 '기부 배틀' 제안까지 더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김장훈이 예전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90년대 음반사 계약금으로 받은 10억 원을 전부 기부했다는 말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김장훈은 지금까지 100억 원 넘게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웬만한 연예인들은 기부를 놓고 김장훈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답니다. 박명수, 김구라 등도 기부를 한다고 하는데 김장훈과 비교돼 알려지는 게 더 좋지 않다는 하소연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류현진, 아니 다른 야구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커쇼의 선행이 널리 알려져 강물에 우물물을 붓듯 표가 나기 어려운 것일 테지요. 전국 1등과 비교한다면 상위 1% 성적 우등생도 떨어질 겁니다.

커쇼는 올 시즌 MLB 최고의 투수로 다저스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류현진도 신인으로 14승을 거두며 팀 3선발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경기에서든, 경기 외적으로든 커쇼와 류현진은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P.S-어렸을 적 누구나 주위에 이른바 '엄친아'가 한 명쯤은 있었을 겁니다. 나는 정말 죽어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내 능력과 상식을 넘어서는 또래가 있었을 겁니다. 하필이면 그게 꼭 엄마(혹은 아버지) 친구 아들(또는 딸)이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다행히 그들은 소수였고, '나'는 대다수여서 그럭저럭 살아서 커오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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