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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황선홍 "설마 기적이 일어날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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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우승을 이끈 황선홍 감독 (자료사진 제공 = 포항)

 

전후반 90분의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 주어진 4분의 추가시간, 절박한 황선홍 감독에게는 1분이 마치 1초처럼 짧게 느껴졌다.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과연 기적이 일어날까? 황선홍 감독조차 '반신반의' 했다.

"추가 시간 4분을 주고 상대가 시간을 지연시킬 때 과연 기적같은 일이 벌어질까 생각을 했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이런 게 기적인가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믿을 수 없는 역전 우승을 이끈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의 말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이 2013년 프로축구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난 10월 FA컵 우승에 이어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오르면서 대망의 '더블'을 달성했다.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1일 오후 울산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우승 결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수비수 김원일의 결승골에 힘입어 포항은 울산을 승점 1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는 순간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1년동안 함께 고생했던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어울려 기쁨을 만끽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던 현역 시절 자신이 골을 넣었을 때보다 더 기뻐하는 듯 보였다. 그만큼 극적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기적같은 일이다.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모든 팬 분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단다. 우승이 결정되기 불과 1분 전까지만 해도 황선홍 감독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는 "지금도 믿겨지지가 않는다. 너무 극적이었고 갑자기 와닿았다. 시간이 지나야 이번 우승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껴질 것 같다. 굉장히 감동적인 것만큼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포항은 올해 K리그 클래식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장기 레이스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 생각됐지만 포항은 예상을 깨고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했다. 시즌 중후반 들어 울산에게 주도권을 내줬지만 시즌 막판 6연승을 거두면서 결국 최종 순위를 뒤집을 수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팀을 생각하는 정신 뿐이었다. 조직력을 내세워 싸울 수밖에 없었고 그 부분이 극대화됐다"며 "지난 달 FA컵에서 우승했을 때 리그 우승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그때 우승을 생각했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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