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비자를 이용해 호주를 찾는 방문객 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워홀러'들이 호주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3일 호주 이민부에 따르면 2012∼2013 회계연도에 워홀 비자를 이용해 호주를 방문한 외국인 수는 25만8천여명으로 전해보다 30% 증가했다.
워홀은 만 18∼30세 사이 외국인 청년들에게 최장 1년간 호주에 체류하면서 취업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일종의 관광취업비자 제도다.
전 세계 28개국과 워홀 협약을 체결한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워홀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광대한 영토에 농·수·축산업 등 1차산업이 발달한 호주는 계절별 농작물 수확 등을 위해 저렴한 단기 외국인 노동력이 필요한데다 청소와 막노동 등 자국민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필요로 한다.
한국에서도 매년 3만명 이상의 청년들이 워홀 비자를 이용해 호주를 찾는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률이 최고 30∼50%에 달하는 유럽 국가에서 워홀 비자를 이용해 호주를 찾는 청년들이 매년 늘어나면서 워홀들간 일자리 구하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추세다.
한국 워홀러 이수진(25·가명) 씨는 "독일이나 아일랜드 등 유럽국에서 온 워홀러들은 영어가 훨씬 능통해 한국 워홀러들이 구직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대다수 한국 워홀러들이 청소나 농장 잡부 등 저임금 단순 노무직으로 밀리게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워홀러들과의 일자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찬밥 더운밥을 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새벽 청소일같이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도 안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는 얘기다.
최근 브리즈번에서 새벽 청소일을 나가다가 끔찍한 변을 당한 여대생 반모(22) 씨의 경우처럼 호주에서 새벽이나 밤늦게 돌아다니는 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워홀러 안병만(28) 씨는 "정부에서는 위험하니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지만 사정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호주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