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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50초 전 부활한 포웰, 동료들 '희생'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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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KBL)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를 보면 '희생'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전자랜드의 간판 스타이자 주득점원은 외국인선수 리카르도 포웰이다. 신장은 197cm. 전형적인 스윙맨으로 미국 무대에서는 주로 슈팅가드로 뛰었다. KBL 무대에서 뛰고있는 외국인 센터들과 경쟁하기에는 신장과 힘에서 밀린다.

그래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포웰이 코트에 투입될 때 이현호와 김상규 그리고 최근 부상으로 결장 중인 주태수 등 국내 장신선수들에게 주로 상대 외국인선수의 수비를 맡긴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낌없는 희생 정신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덕분에 수비 부담을 덜 수 있는 포웰에게는 막중한 책임감이 주어진다.

10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전자랜드와 서울 삼성의 경기. 전자랜드는 4쿼터 중반까지 5점차 내외의 근소한 리드를 계속 이어갔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포웰은 분전했고 다른 국내 선수들도 힘을 냈다.

하지만 포웰의 집중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수에서 흐름을 놓치는 플레이가 나왔다. 삼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4쿼터 막판 스코어를 뒤집었다. 점수차는 계속 벌어졌다. 종료 50초를 남기고 스코어는 76-70, 전자랜드의 역전 가능성은 희박해보였다. 포웰을 바라보는 벤치의 시선은 싸늘했다.

이 때부터 포웰이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마지막 50초동안 '원맨쇼'를 펼쳤다. 3점 플레이를 성공시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더니 종료 12.7초 전에는 과감한 3점슛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결정적인 장면은 수비에서 나왔다. 포웰은 삼성 김승현이 제스퍼 존슨에게 주려고 했던 엔트리 패스를 가로챘다. 패스를 시도하는 타이밍에 과감하게 앞으로 치고 나와 디나이 수비(공을 잡지 못 하도록 공격수보다 앞서서 막는 것)를 시도, 공을 가로챘다.

삼성은 득점을 성공시키지 못하더라도 최소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갈 수 있었다. 가급적 안전한 플레이를 펼쳤어야 했다. 그러나 존슨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패스가 들어갔고 스틸을 노린 포웰의 과감한 한 수가 적중했다.

결국 전자랜드는 포웰의 막판 집중력에 힘입어 78-76으로 승리했다. 공을 가로챈 뒤 속공에 나선 포웰은 완벽한 패스로 김상규의 골밑슛 기회를 만들었다. 김상규가 슛을 놓쳤지만 뒤에서 달려오던 차바위가 공중에서 공을 잡아 그대로 슛을 성공시켰다. 동시에 종료 버저가 울렸다. 짜릿한 재역전승이었다.

수비에서 공백을 메워주는 동료들의 헌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포웰이 코트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포웰은 마지막 순간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양팀 선수 중 가장 많은 27점을 올렸고 리바운드 11개를 보탰다. 그가 이날 기록한 유일한 스틸은 양팀의 운명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수비였다.

한 구단 관계자는 "포웰이 망칠뻔한 경기를 마지막에 스스로 살려냈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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