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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송강호 "연기보다 삶이 더 욕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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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인터뷰] 관객과 호흡 절정의 연기력 선보여…"윤택한 삶에 대해 고민할 기회됐으면"

배우 송강호(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배우 송강호(46)는 그동안 절제를 밑거름으로 탄탄한 연기를 한다는 인상을 줬다. 크게 기뻐할 법한 장면에서 적게 기뻐하고, 분노해야 할 듯한 대목에서 분노하지 않다가 한 순간 눌러 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선택과 집중이라 불러도 무방할 법한 현명한 연기 말이다.
 
올해만 봐도 '설국열차'에서 열차 옆면을 가리키며 "이게 벽인 줄 아는데 사실 문이거든. 밖으로 나갈 생각을 못하는 거야"라는 촌철살인의 말을 던질 때 남궁민수로 분한 송강호는 그랬다.

'관상'에서 권력자의 화살에 목숨을 잃은 아들을 부여잡고, 잔인할 만큼 맑은 하늘 아래서 오열하던 관상가 내경 역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18일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서는 한 장면 한 장면 온힘을 다해 연기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마치 관객들을 바로 앞에 두고 함께 호흡하며 감정의 진폭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려는 연극 무대의 배우처럼 말이다.
 
변호인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난 송강호는 이를 두고 "처음으로 실존인물을 연기한 데 따른 책임감이 컸던 까닭"이라고 전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았던 부림사건(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1년 공안당국이 부산 지역 독서모임의 학생 등 22명을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용공조작사건)을 소재로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안타깝게도 돌아가신 분이라 연기하는 데 더욱 조심스러웠죠. 주연배우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 '어떤 것이 더 송강호 다울까'에 대한 고민들. 조금 서툴고 표현이 미진하더라도 진심만은 연기에 묻어나야 한다는 것이 절대 명제였어요.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진심은 전달되리라 믿었으니까요."

송강호는 변호인에서 1980년대를 사는, 가방끈 짧은데다 빽도 돈도 없는 세무 변호사 송우석으로 분했다. 극중 데모하는 대학생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우석은 부당한 공권력의 희생양이 돼 법정에 선 학생들을 변호하게 되는데, 이러한 변모의 과정에 송강호는 남다른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그는 우석의 변화에 대해 "상식적인 사람이 비상식적인 사회의 민낯을 봤을 때 취할 수 있는 평범한 행동으로 봤다"고 했다.
 
"우석이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를 구치소에서 접견한 뒤 극의 흐름이 급반전되는데, 보통의 전통적인 드라마 형식에서는 말 그대로 설득력 없는 것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변호인에서의 급반전은 오히려 사실적이고 인간적으로 다가왔어요. 요령이나 이해관계를 먼저 따지지 않는, 상식적인 삶을 살고자 애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세상을 봤을 때 하는 평범한 선택인 거죠. 사실 사람이 변하는 건 한순간이잖아요."
 
송강호는 "우석 역을 맡은 것은 연기에 대한 욕심보다 삶에 대한 욕심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노 전 대통령의 치열했던 삶을 연기한 것이 배우 개인의 입장에서 영광이었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단편적이지만 그분의 삶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조심스러웠기에 거절했었죠. 자신감이 부족했어요. 그럼에도 시나리오가 계속 눈에 밟히는 거예요. 많은 분들의 격려가 있었기에 자신감을 하나 하나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 자체가 크게 와 닿는 면도 있죠."
 
노 전 대통령의 삶의 한 부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서 변호인을 미화·헌정 성격의 영화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송강호의 당부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애써 온 사람들의 삶을 통해 관객들에게 작더라도 소중한 감동을 주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인 까닭이란다.
 
"관객들이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협한 시각 없이 영화를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본다는 것보다는 느낀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네요. 영화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작품으로 변호인이 관객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배우 송강호(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 오프닝 시퀀스에서 선물로 들고 간 음료를 하나 빼 먹는 장면이 재밌더라.
 
"계획에는 없던 애드리브였다. 그 장면을 찍는데 우석은 꼭 그럴 것만 같더라. '하나 빼 먹으면 어때 뭐' 그런 거 있잖나. 별것 아니지만 순수한 마음을 나타내고 싶었다."
 
- 전반부와 후반부 극의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전반부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현장에서의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후반부 법정 장면은 치밀한 계산을 필요로 했다. 다섯 차례에 걸친 공판이 법정에서 벌어지는 만큼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관객들이 각 공판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핵심 포인트를 만들고자 감독님과 함께 준비도, 연습도 많이 했다.
 
- 변호사 역은 처음 아닌가.
 
"전혀 해 보지 않던 연기다. 올해 영화 '관상'을 촬영하면서 한재림 감독에게 '이렇게 대사 많은 영화 처음'이라고 푸념했는데, 변호인의 대사량은 관상을 압도했다. 법정 용어를 외우고 그 안에 감정까지 실어야 했기에 평소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 세 번째 공판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카메라가 두 대 돌았다. 하나는 판사 뒤에서 풀샷(인물이나 물체의 전체가 나오도록 찍는 것)으로, 나머지는 옆에서 내 모습을 잡는데 그게 멀게 느껴지더라. 촬영감독에게 말하니 '충분히 클로즈업했다'고 해 그냥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연기가 나온 거다. 후반작업으로 조금 더 클로즈업이 됐지만, 그 신을 보면 조금 아쉽다. 사전에 계산이 돼 있더라도 막상 현장에서 어떤 연기가 나올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나의 잘못도, 촬영감독의 잘못도 아니다. 그 다음 공판 촬영부터는 카메라 위치 등을 확인하는 데 더 신경들을 썼다. (웃음) 공판신을 1차부터 5차까지 차례대로 찍었는데, 그 덕에 리듬도 편하게 타고 집중력도 높일 수 있었다."
 
- 현장에서 배우, 스태프들의 마음가짐도 남달랐다고 들었다.
 
"모두들 흔쾌히 참여하고 열의에 불탔다. 수많은 영화를 찍어 오면서, 아무리 좋은 인연으로 만나더라도 본질이나 목표가 옳지 않아 소위 '개판'이 되고 힘이 빠지는 현장도 봐 왔다. 변호인의 경우 열의에 찬 사람들이 모여 작업을 하는데, 장면 장면도 훌륭하게 나오니 더 기분이 좋더라. 극 후반 고 박종철 군 추도식 시퀀스 촬영도 당시 실제 추도식이 열린 부산 용두산공원 초입에서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 영화는 특별하게 완벽한 팀워크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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