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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 접수한 '아프리카 씨름 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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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 출신 35살 주부 앤디 씨

'내가 바로 아프리카 씨름 여제' 코트디부아르 출신 외국인 주부 학생 앤디 씨가 26일 열린 '2013 외국이 대학생 씨름대회'에서 여자개인전과 단체전 등 2관왕에 오른 뒤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수원=임종률 기자)

 

'2013 MBC 스포츠플러스 외국인 대학생 씨름대회'가 열린 26일 경기도 수원 경희대 체육대학. 영하의 날씨에도 체육관 안은 세계 각국 출신 선수들의 열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번 대회는 경희대 서울캠퍼스 재학 외국인 대학생이 참가했다. 단순한 한류 바람이 아닌 한국의 전통 스포츠 씨름을 직접 겪으며 한국 문화를 보다 더 깊숙하게 알게 될 기회였다.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중앙아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5팀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유럽 등 8개 팀 5명씩 총 40명이 남녀 혼성 단체전에 출전했다. 여기에 여자 개인전도 함께 펼쳐졌다.

▲두 아이 엄마, 개인-단체전 2관왕 '기염'

이날 모래판을 호령한 선수는 단연 아프리카 출신 '여장사' 조호울라 앤지 미레일리(35, 코트디부아르) 씨였다. 앤지 씨는 두 아이의 엄마로 이날 출전 선수 중 최고령이었지만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60cm, 74kg 단단한 체격의 앤지 씨는 개인전 결승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와타나베 양(27, 일본)을 2-0으로 눌렀다. 신장에서 10cm 정도 작았지만 흑인 특유의 힘과 탄력을 바탕으로 비슷한 몸무게의 와타나베 양을 들배지기와 밀어치기로 누이는 괴력을 발휘했다. 준결승에서도 복병 청켈리(20, 스웨덴) 양을 가볍게 제압했다.

남자 2명, 여자 3명이 겨루는 단체전에서도 앤지 씨는 아프리카 연합팀의 1번 주자로 나서 파죽지세를 이끌었다. 일본과 결승 첫 경기에서 역시 와타나베 양을 2-0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아프리카팀은 여세를 몰아 3-0 완승으로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흥겨운 흑인 리듬에 맞춰 화려한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와타나베 양은 이번 대회 선수들의 지도를 맡은 이준희, 이봉걸 등 전 천하장사들이 우승 1순위로 꼽은 선수. 스모의 나라 출신인 만큼 힘과 기술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앤지 씨의 흑색 돌풍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씨름 경험 처음…기회 되면 대회 출전하고파"

사실 앤지 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씨름에 대한 재능이 뒤늦게 발견된 경우다. 아프리카 전통 춤 안무가인 앤지 씨는 한국에 온 지 22년 됐지만 씨름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국 코트디부아르에도 씨름, 레슬링과 비슷한 스포츠(Lutte)가 있지만 해본 적은 없다. 앤지 씨는 "이번 대회 앞두고도 훈련을 거의 못 하고 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샅바를 직접 묶고 모래판을 밟으면서 점차 씨름의 재미에 푹 빠졌다. 특히 각종 기술로 상대를 눕힐 때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쾌감이 밀려왔다. 앤지 씨는 "씨름이 정말 재미있다"면서 "나중에 다른 대회도 나가보고 싶다"고 웃었다.

황경수 전 현대 씨름단 감독은 "국내 여자 선수들의 실력도 상당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워낙 힘이 좋아 기술만 익힌다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황감독은 80년대 민속씨름 시절 이만기 인제대 교수의 전성기를 이끈 지도자로 현재 국민생활체육전국씨름연합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황감독은 "생활 씨름은 국적과 학력, 종목을 불문하고 출전할 수 있어 만약 아프리카 선수들이 나온다면 꽤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씨름협회는 세계 각국 씨름과 교류 차원에서 몽골과 스페인 등 외국 선수들을 초청한 바 있다. 특히 미국 출신의 233cm 거구 흑인 선수 커티스 존슨이 천하장사대회에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중계한 김승욱 PD는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 전통 스포츠를 익히는 것은 결과에 앞서 그 과정부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참가하는 대회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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