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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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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새 자리잡은 '삼성이 최고' "

 

NOCUTBIZ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실적 하락 우려로 새해 개장 첫날인 지난 3일 코스피는 2% 넘게 처참히 무너졌다. 삼성이 국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 국내 주식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한다는 조사결과가 ‘삼성 쏠림’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삼성이 미치는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단순히 경제영역을 넘어 사회 문화적으로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았다.

◈부지불식 우리사회의 ‘표준’이 된 삼성

지난해 10월 5500명을 선발하는 삼성 채용 시험인 SSAT에 10만 명의 취업 준비생들이 몰렸다. 경쟁률은 20대 1로 1995년 첫 시행 이후 최대 인원이었다. 취업준비생 김 모(28)씨도 10만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장 씨에겐 야근도 많고 내부 경쟁이 심하다고 소문난 삼성 취업이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건아니다. 그렇지만 삼성 채용 시험에 지원하지 않는 건 취업준비생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더컸다.

“삼성 채용 시험에 무관심하게 되면 사치를 부리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어요. 또 삼성의 시험 방식이 다른 기업의 시험 유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모의고사처럼 봐야해요”라고 장씨는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직장인 김 모(33)씨 집의 가전제품은 대부분 삼성 제품이다. 부모님의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냉장고, 세탁기, 김치냉장고 등 삼성 제품이 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전제품을 바꿀 때면 김 씨의 부모는 ‘무조건 삼성’을 고집한다. 김 씨가 다른 회사 제품을 권유해도 ‘그래도 삼성’이라는 부모님의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

김씨는 “부모님은 지금도 삼성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가격이나 기능 비교하면서 다른 제품을 구입하려 하는데 부모님들은 기능 차이보다 '삼성'이란 브랜드에서 일종의 안도감을 갖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이건희 회장의 생일에 가진 삼성 사장단 신년 만찬회에서 등장한 술이 화제가 됐다. 와인이 아닌 전통주가 등장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서 해당 술은 판매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250병 이상 팔려나갔고 그 회사는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삼성이 지은 아파트에서 눈을 떠 삼성TV를 보며 아침을 맞고, 삼성이 만든 컴퓨터로 자료를 찾으며 삼성이 만든 휴대폰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주말에는 삼성이 만든 놀이공원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프로 스포츠계의 명가로 자리잡은 삼성야구와 삼성 축구를 보며 열광한다. 또 제각기 업계 선두인 삼성금융사들이 제시하는 상품들로 노후를 설계한다.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는 광고문구가 가져다 준 인식대로 한국사회는 그렇게 삼성을 표준삼아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삼성 '욕'하면서도 "가고 싶어"

 

삼성이 표준화 된 사회 현상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이 모(29)씨는 “특정 기업의 입사시험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집중되는 현상에 어이가 없다"고 말한다.

직장 여성 양 모(32)씨도 “우리 사회가 너무 삼성을 띄워주는 데 오히려 반감이 든다. 삼성에 다니는 친구들 보며 지나치게 우월감을 갖는 것 같아서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박모(47)씨는 "'상생'이 우리사회의 화두가 된 지 모래지만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의 납품업체 옥죄기는 모두들 아는 상식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삼성을 '선망'하는 기류는 뚜렷하다.

대학생 김 모(23)씨는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라도 삼성입사를 바랄 것”이라며 “삼성이 잘 돼야 한국경제가 잘 되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자녀를 둔 이 모(53)씨도 “주변에서 자식들이 삼성 들어간 친구들은 모임에 나와서 밥도 사고 다들 축하해준다. 일도 많고 삼성을 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상 내 아들이 들어간다면 으쓱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 불허’, ‘재산분쟁’, ‘노동자 백혈병’, ‘태안기름사고’, '편법상속' 등 갖가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삼성과 오버랩된다.

그렇지만 삼성의 ‘불패신화’는 그런 부정적 이미지를 넘어 삼성을 우리 사회의 표준이자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매김시켜 놓았다.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삼성의 그늘도 많지만 1위 자리를 오랜기간 부침 없이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사회에서 이상적인 기준으로서 표준이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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