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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처럼…휠체어 타고 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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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돕는 장애인'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

휠체어 타고 '모라 한바퀴' 캠페인을 벌인 덕분에 사상구에 휠체어 전용 도로가 설치된다.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힘겨운 삶 속에서도 자립을 꿈꾸는 장애인들을 살뜰히 뒷바라지하는 중증장애인이 있어 주변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 장애인 밀집지역 모라동, 70억 투입 휠체어 전용 도로 설치

전국 최초로 동 전역에 장애인 휠체어 전용도로 설치를 이끌어내며 더 나은 장애인 복지를 위해 열정을 아끼지 않는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노경수 소장을 만나봤다.

4천여 명이 넘는 장애인이 밀집해 있는 부산 사상구 모라동은 넓은 차선에 비해 인도 폭이 좁고 턱이 높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보행사고가 잦다.

하지만 이곳은 올해 교통안전시범도시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3년 동안 정부예산 70억 원이 투입돼 전국 최초로 동 전역에 휠체어 전용 도로가 설치된다.

손과 얼굴을 제외하고는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 1급인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41) 소장이 3년 전부터 매일같이 휠체어 타고 '모라 한바퀴' 캠페인을 벌인 덕분이다.

노 소장은 "한비야 씨가 쓴 '걸어서 지구 두바퀴 반'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지역장애인 보행환경 개선 운동을 펼치게 됐다"면서 "장애인에게 휠체어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는 건 일반인이 걸어서 지구 한바퀴를 도는 것과 비슷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웃으며 말했다.

소장의 열정에 송숙희 구청장까지 휠체어를 타고 관할 지역을 돌아보기도 했다.

담당구청이 지역 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민.관이 손을 잡고 국토해양부 사업에 공모한 결과 휠체어 전용도로가 동네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인터뷰 중인 노경수 소장

 

◈ 20년 넘게 집안에 갇혀 지냈던 노 소장…제도권 교육은 한 번도 받은 적 없어

모라 일대 장애인들 사이에서 잔다르크로 불리는 노 소장은 원래부터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았거나, 남 앞에 나서는데 주저하지 않는 성격은 아니었다.

노 소장은 부모님 모두가 공장에 다니며 맞벌이를 해야 했던 넉넉지 못한 가정의 1남 3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20년 넘게 단 한 번도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집안에 홀로 방치된 노 소장은 불우한 어린 시절 탓에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던 1980년대 중반,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한 장애인 선교사가 문을 두드리면서,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선교사를 통해 20살 넘어 처음 글을 깨우친 노 소장은 야학의 도움을 받아 빠른 속도로 초.중.고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또, 87민주화항쟁이 벌어졌던 시대배경상 인권에도 눈을 뜨게 되면서, 평범했던 소심한 성격의 장애인에서 사회운동가로 거듭났다.

직원 내부 교육 중인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과 활동가들.

 

◈ 장애인 전용 '두리발' 택시 사업 이끌어내…빚까지 져가며 센터 설치

노 소장은 2003년, 화명동에 있는 부산 최초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초창기 구성원으로 본격적인 '당사자 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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