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오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할 신년 국정연설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
재선 첫해인 지난해 국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국정지지율을 회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 올연말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최소한 상원 다수석만이라도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찌감치 정권교체를 위한 '전투태세'에 들어간 공화당과 대립각을 형성하면서도 남은 임기에 산적한 정책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화당의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23일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두 번째 임기의 '초기화(리셋) 버튼'을 누르길 바라고 있다"면서 5가지 주목해야 할 관전포인트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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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당에 대한 공격 수위 = 올연말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상원 다수석 '수성'을 목표로 하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공화당 정책을 공격하면서 유권자 설득에 나서야 한다.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공화당에 내줄 경우 내년부터 남은 2년의 임기는 '악몽'이 될 수밖에 없고 '조기 레임덕'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공화당을 너무 강하게 몰아붙일 경우의 부작용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민개혁, 통상이슈 등의 입법과정에서 공화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경우 국정 운영은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 작년 국정연설 재활용(?) =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규제 강화, 이민개혁, 최저임금 인상 등의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물론 일부는 진전이 있었지만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완전히 해결된 게 없기 때문에 올해 연설이 지난해의 '재탕'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올해를 "행동하는 한해(year of action)이라고 규정해 새로운 화두보다는 기존의 국정과제를 실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오바마케어 언급 주목 =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 추락은 상당 부분 새로운 의료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 논란 때문이었다.
이번 국정연설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얼마나 시간을 할애할지, 어떤 자평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너무 짧을 경우 자신의 핵심 정책을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평가가 나올수 있고, 너무 길어도 이에 대한 논란만 또다시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연설문 작성 참모들로서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 올해의 깜짝이벤트는 = 통상 약 1시간 동안 진행되는 국정연설은 대체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의외의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최저임금 인상 주장이 '깜짝카드'였다.
지난 2010년 국정연설 때는 보수 성향의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 대목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게 아닌데(not true)"라고 혼잣말을 하는 입모양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었다.
이처럼 연설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나 청중 반응도 국정연설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공화당 대응연설 =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 이후 공화당의 대응연설에는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이 나섰지만 내용보다는 연설 도중 급하게 물을 마시는 모습에 더 관심이 쏠렸다.
공화당은 올해 반론자로 여성인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워싱턴) 하원의원을 내세우기로 했다.
이는 최근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민주당에 뺏긴 것이 주요 패인 가운데 하나라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