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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의 3월 총파업 예고를 계기로 건강보험 수가 불균형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고질적 저수가로 인해 병의원이 건강보험이 안되는 값비싼 비급여 항목으로 이윤을 내려다보니 과잉진료는 물론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의사와 환자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 속에서 사보험 시장만 비대해지고 있다. 하지만 수가 문제는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편견과 건강보험료 인상이라는 민감한 주제에 묶여 제대로 토론조차 되지 못했다. CBS는 연속기획을 통해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폐암 걸린 교수, 치료비 벌기 위해 교편 계속 잡아건강검진을 받다 폐암이 우연히 발견돼 2011년 2월 비소세포성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교수 A(55)씨는 한 알에 16만원 하는 폐암치료제 젤코리를 하루 두 번 먹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 달에 약값만 1천만원 이상 들어간다. 1년이면 약값만 1억에 육박하는데, 각종 검사비와 치료비를 추가로 내야한다.
A씨는 3년간 암 치료를 받으면서 재산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지인들에게도 도움을 받았지만 조만간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약값과 치료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직도 못하고 수업을 계속 하고 있다. 약이 보험등재 심사를 받고있다는 소식을 듣고 실낱같은 희망을 거는데 기약이 없다. A씨는 "암 치료 3년 만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막막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한다는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이지만 A씨처럼 큰 병에 걸리면 의료비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대학 교수도 버티지 못하는 것은 바로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가 많기 때문이다.
저수가와 비급여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수가가 낮게 측정되는 대신 의료현장에서는 각종 비급여 항목이 비대해져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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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성은 낮은 편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은 63%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 중증질환자에 대해 국가보장 공약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공약에도 불구하고 MRI 등 몇가지 검사가 급여화된 것 말고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각종 비급여 항목 때문에 환자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비, 간병비) 경감대책도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불안한 마음에 국민들은 각종 사보험에 가입한다. 비급여로 인해 발생하는 고비용을 미리 대비하려는 심리이다. 때문에 사보험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개인의료보험 현황과 영향분석'(이현복 외)에 따르면 2011년 개인의료보험 시장 규모는 약 14.8조~22.3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건강보험 규모(37.9조)의 약 39%~58% 수준이다.
국민들이 건강보험료의 절반 넘는 돈을 사보험 시장에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보험은 공보험과 달리 각종 광고비나 영업비가 추가로 들어가며 이윤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가입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손해다.
평상시에는 보험료가 이중으로 들어가고, 질병을 앓아도 비급여로 의료비 폭탄을 맞는 악순환의 반복. 수가 개편 문제를 단순히 의사들의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가입자, 즉 환자 입장에서 바라봐야하는 이유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상호 불신 넘어서야 수가 개혁 가능"수가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의사들은 양심에 따라 진료를 할 수가 없다.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입는 것이다"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
"수가를 올린다고 비급여 항목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자칫 환자 부담만 늘 수 있다"(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손영래 과장)
"저수가라고 얘기하지만 이를 뒷받침만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일방적인 주장을 믿을 수 없다"(경제정의실천연합 남은경 국장)
이처럼 수가와 관련해서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의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수가 문제는 오랜기간 진실게임처럼 여겨져 왔다. 상호 공방이 계속되다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부분들이 있다. 바로 의사는 양심 진료하고, 환자의 비급여 부담은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과 정부의 수가 논의는 상호 불신이 깔린 상태에서 파행을 겪어왔다. "수가를 올려줘야 양심 진료가 가능하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정부는 "수가를 올려준다고 비급여가 줄어든다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닭이 먼저냐, 달결이 먼저냐'의 싸움인 것이다.
특히, 수가와 관련해 객관적인 실태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 원가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지만 심평원이나 건강보험공단은 소극적인 분위기이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발주해 진행한 '유형별 상대가치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회계조사 연구'(신영석 박사)에서 저수가 문제가 일부 드러나자 심평원은 뒤늦게 비공개 자료라며 언론에 공개를 꺼리기도 했다.
객관적 자료가 없어 국민들이 혼란스러운 사이, 의사들은 경영 공개를 꺼리면서도 자신들에게 다소 유리한 수치만 내세우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 의사, 가입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가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자들 입장에서도 사보험이나 비급여 부담을 고려하면 건강보험료 인상을 논의할 여지가 생긴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저수가가 이대로 지속되면 의사들도 생활인이라 딴 짓을 할 수 있고, 환자들은 모르는 상태에서 의사가 시키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저수가의 부작용들이 속속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축소와 수가 인상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것.
신 부원장은 "전문가로서 의료 수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때가 됐다고 판단된다"면서 "정부가 정상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들을 죽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면서, 환자와 의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