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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의 시작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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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원 배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 만큼 많은 특권을 향유하는 직업도 없을 것이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입법권과 정부 견제권에 근거한 행정부 견제, 지역구 1인자로서 누리는 막강한 권한, 지방자치 일꾼 공천권, 의전상 특권 등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워낙 오랜 세월 다양한 특권을 유지하다 보니 오늘날 의원들의 특권 향유는 당연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복잡한 정치적 수사(修辭)를 벗어나 보면 국회의원이란 신분은 선량, 국민의 심부름꾼에 다름 아니다. 스스로 원해서 정치판에 뛰어든 국회의원이 태반인 점을 고려할때 그들은 국회의원이 좋아서 의원직을 자처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원한 만큼 일도 열심히 해야하고 자신의 언행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의원들에 대한 국민적 기대치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원 당선은 곧 특권층 진입이라는 등식이 은연중에 형성돼 나라발전과 민생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 보다는 재선을 위한 지역구 챙기기와 알량한 업적홍보가 늘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의원은 제대로 된 법안 한 건 발의하지 않는가 하면 국회에서 얼굴을 보기 어려운 의원도 더러 있다. 의원의 제 1사명은 좋은 법을 만들어 국민들이 잘살도록 하는 것인데 19대 국회만 해도 무의미한 날탕법안, 정부의 들러리를 서는 청부입법이 판을 치고 있다.

여기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애초 선거에서부터 문제가 돼 재판에 계류되는 바람에 의원으로서 역할도 못하면서 세비만 축내는 경우도 있다. 적지 않은 의원들이 선거법을 어기거나 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보다는 운좋게 공천을 받아 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는 초선 의원이 적지 않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정치현안, 민생현안이 많지만 그와 관련해 제 목소리를 내는 초선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며 "19대 국회는 유난히 초선들의 존재감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회가 끝나기 무섭게 러시를 이루곤 하는 '의원외교'란 명목의 외유에는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이 의원들이다. 물론 말 그대로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심초사하는 선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숫자가 얼마나 될 지 자못 궁금할 정도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 발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런 자화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민주당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원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정파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의원들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치쇄신안을 3일 발표했다. 김한길 지도부가 수 개월에 걸쳐 준비를 거친 것이라고 한다.

핵심내용은 '김영란법' 제정과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목적이 불분명한 해외출장 규제, 공항귀빈실 사용금지, 경조사비 제한, 세비심사위원회 신설 등이다.

여당과 의견일치를 봐야 개혁안이 실행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현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이지만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 놓으려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민주당이 현재 처한 위기상황을 돌파하려는 정치공학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없겠지만 이런 점을 어느정도 감안하더라도 기득권과 제도를 만들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가진 집단이 스스로 그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결단을 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는 내부논의 절차가 미흡하다는 토를 달면서 개혁안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원로정치인은 3일 기자와 만나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일종의 정치개혁 특히 의원 특권 줄이기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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