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력 금융기관인 바클레이즈에서 재무설계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개인 정보 2만7천여 건이 유출돼 불법 유통됐다고 데일리메일이 9일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은 이날 전직 원자재 브로커라는 한 익명의 제보자가 바클레이즈 고객의 정보가 담긴 컴퓨터 메모리 스틱(소형 저장장치)을 건네며 이처럼 밝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건이 영국 금융계 최악의 유출 사건이 될 전망이라면서 고객 정보를 부실하게 관리한 혐의가 확인되면 바클레이즈는 초유의 벌금을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신문에 공개한 정보가 전체 유출 파일 2만7천여건 중 '견본'인 2천명 분이며, 이 파일은 건당 최고 50파운드(한화 8만8천원)에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유출 파일은 고객 1명 당 20쪽 분량으로, 여권 번호, 사회 보장 번호, 주소 등 신상 기록 외에 소득규모, 모기지(주택담보 대출) 및 보험 가입 현황, 피부양자 이름, 질병·수술 정보, 자산운용 계획까지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파일의 유출 경위는 아직 불명확하다. 데일리메일은 이 파일이 이미 악덕 금융 업자의 손에 넘어가 투자 사기와 피싱 등에 쓰인다고 전했다.
실제 제보자는 자신이 속했던 브로커 일당이 2012∼2013년 이 파일로 희토류 투자 사기를 저질렀고 작년 9월에는 자신이 직접 해당 파일을 다른 업자에게 팔려다 그만둔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제보자는 데일리메일에 "유출 정보를 이용한 범죄가 도를 넘었다는 생각에 몰래 파일을 보관했다. 이제 이 짓을 그만하고 세상에 진상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경찰과 함께 긴급 조사에 착수하고 고객들에게 유출 사실을 즉각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유출 파일은 2011년 중단된 '재무 설계'(Financial Planning) 사업의 고객 정보였다고 사측은 덧붙였다.
바클레이즈는 영국에서 소매 은행, 투자 은행, 모기지, 신용카드업 등을 하는 대형 금융사로 2012년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에 관여한 죄로 수천억원의 벌금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