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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소치 레터]여유와 긴장 사이를 즐기는 여제,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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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0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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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의 여유' 8일(한국 시각)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상화.(소치=임종률 기자)

 

이상화(25, 서울시청)를 처음 본 게 9년 전쯤이었나요? 2005년 세계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뒤 태릉에서 빙상 담당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때였을 겁니다.

지금은 당당한 '빙속 여제'로 우뚝 섰지만 당시 이상화는 풋풋한 여고생이었습니다. 이제 막 가능성을 인정받은 유망주였습니다. 여드름이 아직 남아 있던 앳된 얼굴의 이상화.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긴장될 법도 한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야무지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던 당찬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앞으로 큰 선수가 될 것이라는 느낌도 기억이 납니다.

이후 빙상을 떠났다가 다시 이상화를 직접 본 것은 지난 2012년 종목을 다시 맡으면서입니다. 이미 이상화는 어엿한 숙녀를 넘어 세계 정상급의 선수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2006년부터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 2010년 밴쿠버올림픽까지 제패하더니, 지난해 네 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여제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최근 미디어데이나 인터뷰 때 이상화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당당함입니다. 예전의 야무진 모습이 영글 대로 영글어 단단하게 결실을 맺었다고 할까요? 군더더기 없이 똑부러지게 인터뷰하는 말솜씨 때문에 이상화는 기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결전지 러시아 소치에서도 이상화의 당당함은 여전했습니다.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친 뒤 만난 이상화는 여유와 긴장 사이를 즐기는 듯했습니다.

이미 4년 전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이상화. 두 번의 올림픽 출전과 한번의 정상, 숱한 국제대회 우승, 그런 이상화에게도 두려움이 있을까? 일단 이상화는 "떨리는 것은 분명 사실이고 모든 선수들이 다 그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빙속 여제라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가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았습니다.

이상화는 국내에서 적수가 없어 남자 선수들과 훈련도 소화한다.(자료사진=송은석 기자)

 

하지만 곧바로 냉정을 되찾았습니다. 이상화는 "떨다가도 본 레이스에 들어가면 안정을 찾기 때문에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밴쿠버 대회 때 금메달을 못 땄다면 간절했을 텐데 지금은 확실히 편하다"는 겁니다.

실력이 워낙 출중해 신체 조건이 좋은 남자 선수들과 훈련을 하는 이상화. 모태범(25, 대한항공), 이규혁(36, 서울시청) 등 동료들과 겪은 일화도 들려줬습니다. 스타트부터 50~60m 정도를 경쟁하는데 이기기 위해 일부러 모태범이 숨을 헐떡일 때를 노려서 한다는 겁니다. 이상화는 "태릉에서도 피자나 얼마 정도 돈을 걸기도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오는 11일 결전을 앞두고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이상화. 여제의 여유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방심은 없습니다. 이상화는 남은 기간의 과제로 "긴장하지 말고, 방심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는 것"이라고 꼽았습니다. 일단 9일 하루는 쉬면서 컨디션을 조절했습니다. 여유와 긴장 사이에서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상화. 빙속 여제의 힘찬 레이스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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